연구 결과 `주어지는 것` 더 가까워
동성애 논란이 뜨겁다. 남성 동성애 커플이 등장하는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에 대해 일부 시민단체는 일간지에 광고까지 게재하며 교육적 관점에서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대해 동성애자인권연대와 네티즌들은 동성애자의 인권을 위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동성애는 다수의 사람이 향유하는 감정인 이성애와는 분명 다르다. 문제는 동성애가 선천성 혹은 후천성 여부다. 만약 후자라면,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대로 드라마가 청소년의 이성애를 동성애로 바꿔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몇몇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선천적`에 더 가까워 보인다. 마이클 베일리 미국 노스웨스턴대 박사는 161명의 남자 동성애자를 조사한 결과 일란성 쌍둥이의 경우 한 명이 동성애자면 나머지 한 명도 동성애자일 확률이 52%에 달했다. 이란성 쌍둥이는 22%, 입양 형제의 경우 11%에 그쳤다.
베일리 박사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동성애 유전자가 태아의 남성화를 막아서 게이가 된다”는 `게이 유전자 가설`을 주장했다.
또 사이먼 리베이 미국 솔크생물학연구소 박사는 남성 동성애자의 경우 여성에 대한 성충동을 지배하는 뇌 특정 부위의 크기가 정상 남성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딘 해머 미국 국립보건연구원 박사도 게이 76명의 가계도 조사 결과 동성애 유전자가 모계로 유전된다는 점을 발견해 게이 유전자 가설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러한 가설은 진화론적 측면에서 난관에 부딪힌다. 자식 생산이 불가능한 동성애 유전자가 `자연선택` 과정에서 도태되지 않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한 설명도 있다. 치아니 이탈리아 파도바대 교수가 98명의 동성애 남자와 100명의 이성애 남자의 친척 4600명을 조사한 결과, 게이의 부계쪽 여자 친척이나 이성애자의 여자 친척보다 게이의 모계쪽 여자 친척이 자식을 훨씬 많이 낳는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 이른바 `친절한 게이 삼촌` 가설로, 이는 자신의 가족을 만드는 것보다 형제의 자녀 양육을 돕는 쪽이 더욱 적합한 남자들이 취한 최선의 진화 전략으로의 동성애를 말한다.
이러한 가설들이 모두 동성애의 선천성을 확증하는 건 결코 아니지만, 동성애자들도 그들의 감정을 후천적이라고 여기진 않는다. 그들은 정상인과 다르다는 뉘앙스를 주는 선천성이라는 말보다 “주어지는 것”이라 표현한다.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