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컬럼]쇼핑난민

난민(refugee)은 전쟁이나 기근 · 가뭄 · 홍수 같은 자연재해, 정치적 핍박을 피해 외국으로 망명한 사람을 말한다. 난민은 후진국에서 보통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선진국에서도 때때로 발생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문제는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선진국에서 쇼핑을 제대로 할 수 없어서 물건을 사려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인해 생필품을 구입하기 어려운 지역민을 뜻하는 새로운 신종난민인 `쇼핑난민`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유통업체들이 교통이 불편한 일본의 시골에 점포 수를 줄이거나 철수하면서 교통수단이 없어 이동이 불편한 노약자들이 생필품 구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경제산업성의 통계에 의하면 쇼핑난민이 600만명에 달한다. 일본 전국 소매점 수가 1982년에 114만개나 되어 정점을 이루었는데 2007년 들어 30%나 감소했다. 유통업체의 점포 수가 이처럼 감소하고 있는 것은 경기침체로 소비인구가 줄어들자 유통업체들이 지방이나 저소득층이 밀집해 있는 지역의 점포를 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의 대중교통 수단인 버스가 사라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버스회사들이 인구감소로 승객 수가 줄자 도심 변두리나 시골의 버스 노선을 줄이고 있어 승용차가 없는 노인들이나 이동이 불편한 노약자는 생필품을 구입하지 못해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벽지를 돌면서 생필품을 열심히 공급했던 이동 유통업체들도 유가상승과 매출부진을 이유로 폐업을 하고 있다.

일본 지방자치단체는 보조금을 지급해 이동유통업자들을 보조해 주고 있지만 효과가 신통치않다. 따라서 연구회를 발족해 지역민들의 생활복지 향상을 위한 정책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대책도 마련하고 있다. 인터넷으로 구입하면 되지만 노약자는 인터넷 사용에 취약하기 때문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유통기업들은 파산 때문에 혹은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유통점포 수를 줄이고 있다. 경기가 빨리 회복하지 않으면 유통점포 수는 더욱 줄어들어 쇼핑난민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항상 상품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여 문제였는데 이제는 그 반대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향후에 장기적인 경기침체에 빠지게 되면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쇼핑난민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

김민주 리드앤리더 대표이사 겸 이마스 대표운영자 mjkim896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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