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먹통`되는 스마트폰

직장인 김운정 씨(32)는 최근 스마트폰(아이폰3GS)을 사용하다가 아예 통화 신호가 가지 않거나 도중에 끊기는 현상이 발생해 폰을 집어던질 뻔했다. 통화 도중에 전화가 갑자기 끊겨 무려 상대방과 통화를 열 번이나 주고받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AS센터에 전화를 해봐도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하고 오히려 내가 잘못한 것처럼 말했다"며 "통신사에서 정식으로 해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아이폰, 갤럭시S, 옵티머스Z, 베가 등 스마트폰이 수신 불량이나 기계적 결함으로 회사 업무나 일상생활에 지장이 발생했다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신사업자와 스마트폰 제조사가 `스마트폰 사용 증가`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네트워크를 서둘러 확충하고 애프터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스마트폰 가운데 아이폰에서 나타나는 통화 중 끊김 현상은 KT가 데이터 폭증 현상에 대비해 네트워크를 업그레이드(최적화)하면서 발생한 문제인 것으로 나타났다.

KT는 데이터 통화량(트래픽)이 크게 늘어나 3G망으로는 해결하기 힘들다고 보고 무선인터넷 와이파이(Wi-Fi)와 와이브로로 트래픽을 분산시키기 위해 1조~2조원을 들여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아이폰과 네트워크 간 접속 불량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3G망 네트워크가 부족해 통화 끊김이 발생한다면 모든 아이폰에서 문제가 나타나야 하는데 그렇지는 않다"며 "유무선망 접속 불량에서 발생하는 일시적 현상으로 업그레이드가 완료된 후에는 해결될 것으로 본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안드로이드 등 운영체제(OS)와 스마트폰이 완벽하게 호환되지 않아 갑작스러운 다운 등 불량도 발생하고 있다.

이는 애플이나 구글이 내놓은 일부 스마트폰 OS는 공개된 지 6개월도 되지 않아 휴대폰 제조사나 이동통신사에서 충분히 검증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한 후에야 심각한 결함이 해소됐다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일반 휴대폰에서는 이 같은 불량이 발생하지 않는다. 대부분 음성통화로만 쓰는 데다 사업자들이 망을 운용한 경험이 거의 20년 이상이어서 모든 수신 불량이나 기계적 결함을 처리할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업자들이 경험하고 있는 모바일 인터넷 데이터 폭증과 이에 따른 수신 불량 문제는 한국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 AT&T와 버라이존은 네트워크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폐지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에서는 지금까지 종량 요금제를 시행하던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가 지난달 일제히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해 대조를 이뤘다.

통신 3사가 잇따라 내놓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도 스마트폰 품질 저하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안형환 의원이 방송통신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통신 3사의 모바일 트래픽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30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KT 데이터 트래픽이 465.3테라바이트(TBㆍ1기가짜리 영화 1000편 분량)로 통신 3사 중 가장 많은 데다 전년에 비해 증가율도 344.1%에 달했다. SK텔레콤은 323TB로 KT 뒤를 이었으며 증가율도 232.4%를 기록했다. 따라서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는 데이터 이용을 폭증시키는 기폭제가 될 수 있고 이는 통화 품질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제조사 관계자도 "근본적인 문제는 망 때문"이라며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허용한 것은 얼마 안 됐지만 한꺼번에 많은 트래픽이 몰리면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통신사업자들이 4G 네트워크(LTE, 모바일 와이맥스)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올해 말이나 내년께 본격적인 투자가 집행되지만 지금 경험하고 있는 데이터 폭증에 대비하기엔 너무 늦다는 지적도 있다.

[매일경제 손재권 기자/황시영 기자/최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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