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질환별 신약개발 연구가 글로벌 경쟁력 높인다

Photo Image

신약개발은 대표적인 고부가가치, 기술집약 산업이다. 비록 투자금액이 크고 장기투자가 필수지만 개발 성공 시 높은 수익이 보장된다. 한 가지 분야가 아니라 의학 · 약학 · 화학 · 생물 · IT등의 기술이 집약된 선진국형 산업이다. 또 고령화사회에 따른 인간의 수명연장 및 높은 질의 삶을 살기 위한 필수 미래 지식산업이다.

현재 신약개발은 주로 미국, 유럽의 다국적 제약회사가 주도하고 있고 이들이 전 세계의 의약품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청구 의약품 상위 10개 중 7개가 다국적 제약회사 제품일 만큼 다국적 제약회사의 영향력이 매우 큰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국민 건강과 직결된 만큼 제약산업(신약개발)에 정부, 민간 모두 노력을 기울여 의료주권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

그동안 정부와 민간의 신약개발 투자가 이어져오고 있고 이로부터 여러 의미있는 성과를 이뤄내고 있다. 정부의 신약개발 연구투자는 1987년부터 특정연구개발 사업과 G-7 프로젝트 등을 통해 국가 대형사업의 일환으로 본격화됐으며 제6차 경제사회발전 5개년 계획 시행 이후 물질특허 도입과 같은 제도적 측면의 국제화 노력도 함께 진행됐다.

이어 교육과학기술부의 21세기 프런티어사업,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기술진흥사업 그리고 지식경제부의 바이오스타사업 등을 통해서 정부는 지속적이고 범부처적으로 신약개발 사업에 국가 예산을 투입해 오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투자와 민간부`의 국가연구개발사업을 통해 현재까지 국산신약 14건이 개발되었고, 2003년 `팩티브`의 미국 FDA 허가획득으로 우리도 글로벌 신약 개발능력이 있음을 입증했다.

좀 더 발전적이고 체계적인 신약개발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신약에 도전하고자 질환별 신약후보물질 사업이 시작되어 진행 중이다. 신약개발 R&D의 효율화를 통한 글로벌 신약개발 성공모델을 조기에 창출하기 위해 정부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후보물질도출을 책임지는 전문화된 연구단 시스템을 도입해 질환별로 선택과 집중이 가능한 체제로 후보물질 단계의 신약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신약개발연구투자는 아직 선진국의 투자에 비하면 매우 열악하다. 2009년 세계 1위 다국적 제약회사 파이저는 500억달러의 매출(60조원) 중 78억달러(9조3600억원)을 R&D에 투자했다. 이 액수는 우리나라의 정부 및 민간기업의 R&D 투자금액을 모두 합한 것의 10배 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절대적 연구비 규모만 따지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을 따라잡기는 요원하다. 아직 선진국에 비해 매우 열악한 수준이지만 우리나라도 아직 늦지 않았다. 후보물질도출단계에서 질환별로 전문화한 연구사업단을 중심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춘 후보물질 파이프라인을 국내기업에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체계적, 전략적 접근을 한다면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후보물질도출단계에서 질환별로 전문화한 연구사업단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 아울러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투자를 중단하거나 축소해서는 안 된다. 인내와 끈기가 필요한 신약개발에 꾸준한 투자는 필수다. 이러한 투자가 이루어져 글로벌 신약, 글로벌 제약 기업이 탄생하기를 기대해본다.

안진희 한국화학연구원 책임연구원 jhahn@krict.re.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