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하이닉스 `맞손`…차세대 메모리 2012년 상용화 목표

세계 2위 전자기업인 HP와 2위 메모리 기업인 하이닉스가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서 손을 잡았다. 이 메모리는 기존 플래시메모리를 대체하는 것으로, 휴대폰, 노트북, 스마트가전 제품 등에 적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P의 새로운 사업전략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이닉스반도체(대표 권오철)는 휴렛팩커드(HP)와 차세대 메모리 제품인 Re램(Resistive Random Access Memory:저항변화 메모리) 상용화를 위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계약으로 HP가 보유한 Re램 구현 방법인 멤리스터 기술력을 이용한 차세대 메모리 개발이 본격화할 예정이다. 계약서에는 하이닉스는 Re램의 상용화 기술력을 확보하게 되고, HP는 상용화된 Re램을 우선 공급받는 내용도 담겨져 있다. HP는 공동개발을 위해 필요 인력을 하이닉스 측으로 파견할 예정이다. 하이닉스는 이르면 2012년께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메모리(Memory)와 저항(Resistor)의 합성어인 멤리스터(Memristor) 기술은 차세대 메모리인 Re램을 구현하는 방법 중 하나로 HP가 자체 개발했으며, 2008년 네이처지에 소개된 바 있다. 이 기술은 전류가 흐르는 방향과 양에 따라 저항이 변화되며, 전원이 공급되지 않는 상태에서도 직전의 저항 상태를 기억할 수 있는 비휘발성 특징을 갖고 있다. 이 같은 기술을 적용한 Re램은 현재의 낸드플래시보다 쓰기 속도가 100배 이상 빠르고, 공정 미세화에 따른 한계를 극복해 보다 많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차세대 메모리 기술로 이미 상용화된 P램의 경우 대면적이 크다는 단점 때문에 대용량화에는 한계가 있으나 Re램은 구조가 간단해 대용량화에도 적합하다. 구동에 필요한 전력소모도 적어 각종 모바일 단말기에 폭넓게 활용될 수 있다.

PC · 서버 · 프린터 등이 주 사업인 HP는 지난 1990년대까지 CPU, RF칩 등 반도체 사업을 진행하다가 1999년 계측기와 반도체 사업부문을 애질런트로 분사했으며 애질런트의 반도체 사업부문은 지난 2005년 아바고로 다시 분사됐다.

이번 계약은 HP가 지난해 상반기부터 하이닉스 측에 자사의 Re램 기술을 소개하고 공동개발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HP와 Re램 공동 개발을 체결한 곳은 현재까지 하이닉스뿐이다.

박성욱 하이닉스 CTO(부사장)는 “P램, STT-M램과 더불어 HP와의 Re램 공동개발로 차세대 메모리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며 “향후 시장 변화와 고객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미래지향적 사업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1990년대 초반 DEC(컴팩에 인수된 후 HP가 컴팩을 인수)와 협력해 알파칩 제조 및 마케팅을 진행했으나 알파칩 시장 축소로 2000년대 초반 사업에서 철수한 바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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