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시대에나 볼 수 있었던 `안보이슈`가 최근 통신장비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자칫 정보 보안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민감한 품목인데다, 중국 · 미국 · 인도 등 거대 통신 시장을 보유한 군사 강국들의 이해 관계가 정면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아이서플라이와 EE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 상원의원 8명은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가 자국내 이통사인 스프린트넥스텔의 통신장비 입찰에 참여한 것에 대해 공식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화웨이는 최근 수개월간 스프린트의 무선망 확장에 설비를 납품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여왔다.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정부에 보낸 항의 서한에서 “화웨이는 중국 군대에서 자금을 지원 받고 있을 뿐 아니라 이란과 사담 후세인 치하의 이라크에도 통신 시스템을 제공하고 있다” 고 지적하며 “이들에게 국가 기간 산업인 통신을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는 외국인투자위원회를 설치해 기간 시설이나 안보관련 자산들을 해외기업이 인수하거나 투자할 때 정부 심사 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보안상의 이유로 지난 1년새 세차례 이상 중국산 통신 장비 거래를 봉쇄한 바 있다. 지난 6월에는 중국 투자 업체가 미국 광통신 장비 제조사 `엠코어`를 인수해 합작하려 하자 무산시켰으며 지난 2008년에는 미국 통신장비 회사인 3Com과 화웨이의 22억 달러짜리 조인트 벤처도 철회시킨 바 있다. 리 라티프 아이서플라이 애널리스트는 “중국 화웨이 · ZTE는 세계 톱 통신장비 업체들이지만 10년에 걸친 노력에도 미국 시장의 벽은 깨지 못하고 있다”며 “보안 문제가 대두되면서 화웨이의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정부 · 당 · 군대간 관계가 사업상 한계로 나타나는 것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인도에서도 해외 통신 장비 업체에 대한 안보 규제가 까다롭다. 최근에는 중국에 이어 수입 통신장비 통신망의 `소스코드` 검사 의무조항을 신설했다. 인도 정부 당국은 “중국 화웨이나 ZTE 등이 인도의 통신망을 이용해 주요 정부 기밀을 가로챌 위험이 높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글로벌 통신장비 기업들은 소스코드 공개시 오히려 기밀 유출 우려가 더 심각해질뿐더러 서비스의 질적 하락과 수익성 악화도 예상된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미국 정부 소식통은 “외국산 통신 장비 수입이 보안을 위협한다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돼 왔고 실제 어느 국가라도 안보를 이유로 제제를 가할 수 있다”면서 “보안에 있어서는 냉전시대 못지않게 각국이 엄격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세계 통신장비 시장은 2010년 650억 달러 규모에서 오는 2014년에는 830억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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