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클로즈업] 브랜드 버블

Photo Image
브랜드 버블

한때 전 세계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일본 도요타자동차.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요타 웨이(Toyota way)`는 선진 경영 기법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잇따라 터져나온 대량 리콜 사태는 이런 도요타의 명예에 먹칠을 하고 말았다. 기업 경영의 모델이던 회사가 순식간에 반면교사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결국 기업 이미지의 실추는 판매 부진으로 이어졌고 지난 4월에는 신용평가사 무디스로부터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부끄러운 성적표마저 받기도 했다. 지난 수십 년간 쌓아온 브랜드 명성이기에, 도요타가 겪었던 곤욕은 어쩌면 성장통으로만 여기기엔 너무나 뼈아플 수 있다.

신간 `브랜드 버블`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브랜드도 성장과 침체를 거듭하는 역동적인 가치라고 규정한다. 이를 전제로 지금은 브랜드 가치에 너무 많은 거품이 낀 시대라고 진단한다. 실제로 지난 1990년만 해도 브랜드 파워 세계 2위를 자랑했던 소니나 지난해 포천 선정 세계 초우량 기업 3위에 올랐던 도요타가 처한 현 상황은 말 그대로 격세지감이다. 영원히 승승장구할 것만 같던 기업들도 순식간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시대가 돼 버렸고, 그 부침의 주기도 너무나 짧아졌다.

저자들은 현재 기업의 대표적인 무형자산인 브랜드 가치에 너무 많은 거품이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컨설팅 업체인 액센추어에 따르면 지난 2007년 기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대 기업의 가치에서 무형자산 비중이 무려 70%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하지만 소비자의 브랜드 신뢰도는 지난 9년간 50% 가까이 추락했다는 게 저자들의 생각이다. 뒤집어 보면 브랜드 가치가 쉽게 허물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책은 브랜드 홍수의 시대를 맞이했지만 세상은 완전히 새로운 소비자 생태계인 `컨슈머 랜드`로 이미 변했다고 강조한다. 컨슈머 랜드를 살아가는 소비자는 기업이 판매하는 제품이 아니라 그것이 제공하는 사회적 가치와 진정성에 더 큰 의미를 둔다. 기업의 과장 마케팅에 더 이상 쉽게 길들여지지 않는 똑똑한 존재로서 일방적인 소통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하면 브랜드 권력은 소비자에게 넘어갔다. 상황은 급변했지만 기업은 여전히 고객보다 주주에게 많은 노력을 할애한다. 주주 가치를 창출하는 근원적 동력은 바로 소비자에게 있는데도 말이다.

저자들은 수많은 사례를 들어 브랜드가 소비자의 소유고 소비자가 바로 투자자라는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을 촉구한다. 기업이 소비자의 변화를 읽어내지 못해 크고 작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 세계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꾼 애플도 지금은 최고의 브랜드 가치를 누리고 있지만 그 지위가 얼마나 갈지 장담할 수 없다. 브랜드 가치는 결국 소비자들에게 달려 있기 때문이다.

책은 소비자를 지속적인 추종자로 만들 수 있는 비범한 브랜드 전략 5단계를 제시한다. 기업이 보유한 브랜드 에너지를 제대로 진단하고 그 핵심 가치를 찾아야 하며, 브랜드 가치사슬을 창조하는 동시에 에너지 주도형 기업이 되라고 조언한다. 궁극적으로 변화가 변화를 낳는 브랜드 가치의 역동성을 지니라는 충고다.

존 거제마 · 에드 러바 지음. 노승영 옮김. 초록물고기 펴냄. 1만5800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