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 베트남 등에서 생산을 해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전자부품산업의 해묵은 관행이 깨지고 있다.
그간 부품업체 대부분이 채산성 확보 1순위로 해외 생산라인 구축에 초점을 맞췄지만 오히려 국내에 생산설비 투자를 확대하면서 공정기술 개발과 자동화로 차이완(중국+대만) 기업에 뒤지지 않는 원가 경쟁력을 유지하는 부품기업이 크게 늘고 있다.
자체 장비 개발과 공정 자동화로 오히려 차이완 부품 신드롬을 극복하는 국내 부품업체들이 등장하면서 생산성 향상은 물론이고 국내 투자 확대, 일자리 창출 등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연호전자(대표 최연학)는 다품종 소량생산 시장인 커넥터 부문에서 꾸준히 시장 점유율을 높여 매출액 4000억원을 넘보는 회사로 성장했다. 다른 국내업체들이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할 때 연호전자는 오히려 국내 설비 자동화에 투자했다. 수지 · 비철금속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세트업체들의 판가 인하가 진행되는 악조건 속에서도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국내에서만 18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으며, 직원 한 명당 효율성은 경쟁업체의 두 배를 뛰어넘는다. 이 업체는 중국 톈진과 둥관에 생산라인을 구축했지만, 반제품만 현지에서 조립하고 핵심 부품은 국내에서 제조해 보내고 있다.
휴대폰용 마이크로폰업체인 비에스이(대표 박진수)도 공정 자동화로 세계 시장 48%를 점유하는 강소기업이다. 지난해부터 휴대폰 마이크로스피커 및 리시버 시장에 진출해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마이크로폰 · 스피커사업은 일손이 많이 필요한 대표적인 가공산업이지만 비에스이는 자동화 생산공정 기술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마이크로폰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고, 신규사업인 스피커 부문 매출은 지난해 90억원에서 올해는 3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파워인덕터 전문업체인 코일마스터(대표 차권묵)는 지난해 국내 생산라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경쟁업체들이 원가 절감을 위해 중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모습이다. 코일마스터는 자동화 설비 시스템인 `혁신라인`을 자체 개발해 인덕터 생산규모를 올해 안에 월 6000만개에서 1억개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파워인덕터 및 트랜스포머 장비는 그동안 일본업체들이 독점적으로 공급해 왔지만 코일마스터는 자체 개발을 진행해 설비 투자 비용을 대폭 낮추고 원가구조도 개선했다. 또 TV · 오디오 · 모바일인터넷디바이스(MID) 등 전방산업이 활성화되고 있어 국내 생산이 유리하다는 게 코일마스터의 판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공정 기술은 과소평가되기 십상이었고 범용 부품 시장은 차이완 업체에 넘겨주는 게 `경영의 정석`처럼 인식돼 왔다”며 “그러나 공정 혁신과 국내 생산으로 오히려 빛을 발하는 기업이 앞으로 더 많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수기자 goldlion2@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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