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더블딥 가능성 놓고 갑론을박

글로벌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미국 경제가 과연 더블딥(double-dip)에 빠져들 것인가.

2008년 금융위기 발발 후 오랜 경기침체에 빠져들었던 미국 경제가 제로(0)금리 정책과 천문학적인 경기부양 지출로 침체에서는 탈출했지만 반짝 회복후 경기가 다시 고꾸라지면서 짧은 반등 후 다시 침체로 빠져드는 더블딥에 대한 불안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요즘 내로라하는 경제전문가들 가운데서는 미국 경제의 더블딥 여부가 최대의 화두로 자리 잡았으며, 경제를 운용하는 정책당국자들은 앞다퉈 더블딥 가능성을 부인하는데 여념이 없다.

비관론을 주무기로 하는 경제학자들과 일부 투자분석가들은 오래전부터 미국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이 높다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여기에 부동산 시장의 전문가로 통하는 예일대의 로버터 쉴러 교수가 여기에 가세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의 S&P/케이스-쉴러 주택가격지수의 공동 개발자인 쉴러 교수는 27일 로이터인사이드와의 인터뷰에서 "주택가격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면서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져들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회복자문위원회 위원인 하버드대의 마틴 펠드스타인 교수는 이달 초 한국에서 열린 포럼에서 미국 경제가 더블딥에 빠질 가능성이 30% 정도 된다고 밝혔다. 쉴러 교수는 이보다 더 높게 본 것이다.

대표적 비관론자로 꼽히는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이미 몇달전부터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일본 등 글로벌 시장을 싸잡아 더블딥 위기 가능성을 경고해왔다.

그러나 이런 비관론에 대해 정책당국자들은 더블딥 가능성이 극히 낮다면서 시장의 불안심리를 달래는데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은 21일 상원 금융위원회에 출석해 "미국 경제의 전망이 매우 불확실하고 경제가 취약한 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더블딥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도 25일 NBC방송에 나와 "전반적으로 경제가 점차 나아지고 있다"면서 더블딥 침체로 이어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버냉키 의장에 앞서 연준을 이끌었던 앨런 그린스펀은 이달초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가 휴지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면서 "더블딥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버냉키나 가이트너와 달리 경제주체들을 안심시켜야 할 책무에서 한발 물러선 그린스펀이 훨씬 더 솔직하게 미국 경제를 진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그러나 학자와 투자분석가들과 달리 기업현장에서 활동하는 사람들 가운데서는 더블딥 가능성을 낮게 보는 시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기업의 최고경영자들은 내부적으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위기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의 동요를 부채질해서는 안된다는 점 때문에 더블딥 가능성이 낮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영국 버진그룹의 창업자인 리처드 브랜슨은 이날 CNBC와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제가 더블딥 침체를 잘 헤치고 나갈 것이라면서 더블딥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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