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러 20년간 제자리걸음…정상회담 통해 재정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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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그리드ㆍ원자력ㆍ의료ㆍ우주ㆍIT 등 5대 핵심 분야에서 양국 협력 이뤄내야

2004년 석유공사, SK에너지, 가스공사, GS칼텍스, 대우인터내셔널, 현대종합상사, 금호석유화학 등 7개 기업으로 구성된 한국 컨소시엄은 러시아 국영석유회사 로스네프트와 4대6 지분으로 `캄차카네프트가스(KNG)`를 설립해 원유 탐사 작업에 나섰다. KNG가 탐사 작업을 벌인 곳은 서캄차카 해상광구로 면적이 6만2680㎢(남한 면적의 약 3분의 2). 한국은 공동 개발을 통해 15억배럴을 확보할 수 있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그러나 2008년 3월 러시아 정부는 서캄차가 광구에 대한 의무 탐사 시추 작업이 부진하다며 KNG 사업 운영권이 있는 로스네프트의 사업 연장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7월 일본 도야코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확대 정상회의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KNG 사업 연장을 간곡히 요청했다.

그러나 러시아 정부는 이 대통령 요청에도 사업 연장을 거부했다. 그 해 9월 이 대통령의 러시아 공식 방문을 앞두고 러시아 측으로부터 `깜짝 선물`을 기대한 한국 정부는 `외교적 결례`를 범한 러시아 정부 결정에 큰 충격을 받았다.

지난 6월 10일. 한국 우주발사체 나로호가 2차 발사마저 실패하자 발사 실패에 따른 책임공방이 가열됐다. 러시아 나로호 1단 발사체 엔진 개발회사 에네르고마시는 발사 실패 원인으로 1단 로켓이 아닌 제어장치 결함을 지목해 2차 발사 실패 책임을 한국에 떠넘기는 양상을 보였다. 한국과 러시아가 나로호 3차 발사에 대한 최종 합의를 보지 못한 가운데 일부에서는 8000억~1조원가량이 들어간 프로젝트를 통해 러시아에서 우주항공 노하우를 확보하려던 계획이 좌초될 운명에 처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한국과 러시아는 지난 1998년 외교관을 맞추방한데 이어 지난해 러시아 주재 한국 외교관이 추방당한 사건이 벌어져 외교관계가 악화된 바 있다.







LG다리 크레믈 궁전이 가장 잘 보인다는 관광명소 "카멘니 모스트" 다리에 설치돼 있는 LG 광고판. LG는 1995년부터 지금까지 이 다리에 광고판을 설치해 놓고 있다. 이 때문에 현지 사람들은 이 다리를 아예 "LG다리"라고 부를 정도다. <사진 제공=LG전자>



올해 수교 20주년을 맞는 한국과 러시아 관계는 최근 수년간 벌어진 일련의 사건으로 격랑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양국은 90년 6월 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당시 노태우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고 외교관계 수립에 합의했다. 양국은 같은해 9월 30일 뉴욕에서 열린 한ㆍ소 외무장관 회담에서 정식 수교해 양국 간 협력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였다.

2008년 9월 이 대통령과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양국관계를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했지만 최근 수년간 양국관계는 답보상태다.

KNG, 나로호 외에 올해 2월 러시아에서 한국 대학생이 구타 당해 사망하는 사건마저 발생하면서 양국 정부는 물론 일반 국민 사이에서도 갈등의 골이 깊이 팼다.

한국슬라브학회 회장인 김현택 한국외국어대 러시아과 교수는 "한국과 러시아 관계는 바닥권"이라고 진단한다.

김현택 교수는 "이 대통령이 러시아 대통령에게 KNG 사업 연장을 직접 부탁한 사항을 러시아가 돌아서자마자 거부한 것은 외교적 결례"라며 "이는 그동안 러시아가 경협차관 상환 약속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법적으로 보장된 배상조치를 취하거나 국제적 망신을 주지 않은 한국 정부의 배려와 크게 대조된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러시아의 서먹해진 관계를 복원시키는 데 올해가 최적기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임수석 외교통상부 유라시아 과장은 "올해 11월 11일 서울에서 개막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방한할 예정"이라며 "양국 정상이 정상회담을 열어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인 김유경 한국외대 교수는 "2000년부터 2008년까지 양국 교역이 10배 늘었다"며 "2009년 12월 말 현재 양국 교역 규모는 99억7000만달러로 러시아는 한국의 10대 교역국"이라고 설명했다.

김현택 교수는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러시아 경제 현대화를 핵심과제로 삼고 있는 데다 △스마트그리드(에너지 사용 효율화) △원자력 △의료기기ㆍ기술 △우주ㆍ통신 △첨단정보기술 등을 향후 5대 핵심산업으로 정한 것은 이들 분야에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한국으로서는 러시아 공략에 절호의 기회를 맞은 셈"이라고 강조했다.

[매일경제 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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