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이 되면, 여자애들의 도시락을 몰래 꺼내 와서 도시락을 뒤집어 열고 서너 군데 숟가락으로 밥을 떠먹고는, 그 속에 살아있는 개구리를 집어넣고 점심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2-3분이 지나면 여기저기서 여자애들의 자지러지는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쟁이’의 초반부 어린 시절 에피소드 중 하나다. 남경읍은 이 책에서 장난꾸러기였던 어린 시절을 비롯해 30여 년간의 배우인생 등 그가 살아온 모든 것을 담았다.
“제가 직접 타자로 한 자, 한 자 써냈어요. 한 달 동안 작업했고, 어린 시절 이야기는 일주일도 안 되서 완료했죠. 특별히 어린 시절엔 재밌는 추억들이 많아 항상 기억하고 있었고, 그래서 쉽게 쓸 수 있었어요. 수업 중 아이들이 힘들어 할 때 해주던 말들이기도 했죠.”
그가 빠른 시일내에 이 책을 완료할 수 있었던 건 이전의 기억들을 기록으로 차곡차곡 정리해두었던 때문이다. “언젠가 책을 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어요. 저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뮤지컬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남경읍은 “이번에는 쉽게 썼지만 다음에는 몇 년 걸릴 거예요. 여기에 모든 걸 담았으니까”라는 말도 덧붙였다.
남경읍은 몹시 뛰어나거나 탁월한 말솜씨를 지니지 않았다. 하지만 솔직하고, 소탈하다. 그리고 배우이기 전에 ‘사람’답다. 그래서 청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동시에 그의 세계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매력을 지닌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어느새 그의 커다란 ‘품’이 느껴진다. 많은 배우들이 그의 ‘품’을 거쳐 갔다. 조승우, 오만석, 박근형 등이다. 뮤지컬계에서 이름만 대면 고개가 끄덕여지는 배우들이다.
‘쟁이’는 이같이 스타들의 배우 지망생 시절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평소 남경읍은 후배들에게 부드럽고 자상한 친형이자 누구보다 엄격한 선생님이다. 무대에서만큼은 철저한 그다. 남경읍은 늘 그들에게 “뜨겁게, 변치 말고”를 강조해 왔다. 또 하나 그가 강조하던 말은 준비와 겸손이다.
“준비되지 않는 상태에서 무작정 공연을 시작하려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때 제가 항상 ‘까불지 말라’고 했었죠. 제자들의 눈빛이 조금만 달라졌다 싶으면 크게 혼줄을 냈어요.”
“대한민국에서 연기 제일 잘하는 사람 나오라면 난 나갈 수 없지만, 제일 열심히 할 자신 있는 사람 나오라면 자신 있게 내가 나갈 수 있다.”
남경읍이 늘 자부하는 말이다. ‘쟁이’는 누구보다 열심이었고, 자살기도를 할 만큼 힘들었던 배우 초기의 삶의 굴곡 역시 그린다. 이는 더 겸손해야 하고, 더 사람 됨됨이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그의 성품을 방증한다. 그는 자신의 이름 석 자, ‘남경읍’을 자해석에 의해 ‘남쪽의 큰 서울처럼 크게 되더라도 고을처럼 겸손하게 살라’로 풀기도 했다.
반평생 넘게 뮤지컬과 함께 해온 남경읍의 이야기는 뮤지컬로 시작해 뮤지컬로 끝이 난다. 이쯤하면 천천히 가도 좋을 법한데 그는 ‘정신차려! 남경읍’이라는 스스로의 채찍을 늘 놓지 않는다. 요즘은 뮤지컬 ‘코러스라인’ 출연과 아카데미운영으로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피아노 레슨을 꼬박꼬박 챙기고 있다. 피아노를 소재로 뮤지컬을 구상 중인 그다. 남경읍이 말하는 이 시대의 쟁이는 시작부터 끝까지 변치 않고 뜨거운 삶을 살아온 자다. ‘마음의 중심온도 섭씨 1000만도’의 뜨거운 열정을 아직도 깊이 간직한 남경읍. 그가 바로 이 시대의 진정한 ‘쟁이’다.
뉴스테이지 김미성 기자 newstag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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