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진의 무한혁신]<15> 디지털 무한혁신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기술의 발전은 한 시대의 성격과 특성을 규정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18세기에는 자연에너지를 생산에너지로 변환시키는 산업기술이, 19세기에는 먼 거리를 연결해 대규모 시장의 등장을 가능케 한 교통과 통신 기술이, 그리고 20세기 초반은 합리성을 바쇅으로 해서 비대해진 조직들을 운영하기 위한 경영과학이, 그리고 20세기 후반은 개인용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 기술이 각각 그 시대를 대표하는 기술들이었다. 이와 같은 기술의 발달은 기업들에 항상 새로운 도전과 기회로 다가왔고, 기술의 발전을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 영역을 창조한 기업들이 그 시대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등장하곤 했다.

 그러나 기술이 변화하여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지난 과거의 기술을 마스터한 것이 오히려 새로운 시대의 변화에 적응치 못하게 하는 독이 되어버린 경우 또한 볼 수 있다.

 과연 앞으로의 미래를 움직일 기술은 무엇일까. 나는 21세기는 창조적 기술(generative technology)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창조적 기술은 단순히 기술이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끊임없는 재창조와 변형의 근본이 되는 기술을 말한다. 창조적인 기술은 단지 디지털 기술뿐만 아니라, 생명공학 기술 그리고 최근의 금융위기를 가지고 온 금융공학 기술 등도 포함된다. 이런 모든 창조적 기술들의 바탕에는 물리적 세계의 정보화, 그리고 그 정보의 조작과 변형을 통한 새로운 형태의 가치 창출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같은 창조? 기술은 열린 시스템을 통해 다양한 이질적인 요소들이 공존하는 복합적 생태계를 만들 때 가치가 극대화된다. 그러나 창조적 기술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금융위기를 가지고 온 금융공학의 예에서 볼 수 있듯 창조적 기술은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성을 내재하고 있으며, 시스템의 실패를 만든 사람과 실패의 대가를 치르는 사람이 분리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창조적 기술은 21세기 인류에게 주어진 ‘판도라의 상자’와 같다고 할 것이다.

 21세기는 창조적 기술을 성공적으로 지배하는 조직과 개인이 지배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애플, 구글과 같은 기업들은 창조적 기술을 효과적으로 디자인함으로써 어떻게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창조적 기술을 지배하는 조직은 이질성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하며, 복잡성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또 고정된 의미의 제품을 만들어 내는 능력보다,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 내고 그를 통해서 창조적인 시장과 제품을 만들어 내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고정적인 의미의 제품과 시장의 의미가 쇠퇴함에 따라 전통적인 시장점유율과 같은 개념은 점차 무의미해질 것이다. 과거의 동질성을 바탕으로 해서 단순명쾌한 전략을 가지고 속전속결로 승부를 겨루던 시대는 이제 지나갔다. 과학적 방법으로 과거의 데이터만을 들여다봄으로써 합리적인 경영을 추구하던 시대도 지났다. 그렇다고 중구난방으로 개인의 창조성만을 강조하는 그런 경영도 성공할 수 없다. 미래는 창조적 기술의 속성을 철저히 이해하고, 그 기술에 맡는 조직을 만들어 가는 그런 경영자를 요구한다.

유영진 템플대 경영대 교수 yxy23y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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