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동이 걸리면 무의식이 작동하는 신내림받은 무당 같다. 내가 봐도 내가 대단하다. ‘어’하면 ‘아’하고 ‘시작’하면 ‘날을 예측한다. 졸다가도 무엇이 문제인지 꼬집어내고 졸면서도 해치워 낸다. 어차피 애를 써봐도 안 되는 일은 절대 안 되고 결과 따위는 족집게처럼 내가 다 알고 있다. 하루이틀 한 게 아니다. 이 바닥에서 굴러먹은 지 어언 10년, 짬밥만도 몇만개인지 모른다. 이제 너무 쉬워져 버린 일, 정말 하산해야 될 때가 됐나보다.
활짝 웃고 싶어도 썩소(썩은 미소)만 짓게 되는 시니컬함은 입모양만 꼬이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꼬이게 만든다.
희망과 기대와 설렘을 잃어버리면 활력마저 잃어버린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얻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른다”는 화엄경 경구처럼 지금은 익숙한 것을 버려야 할 때다. 기술자는 일을 올바르게 하지만 전문가는 올바른 일을 한다. 이제 일을 올바르게 하는 것은 능통하였으니 진정 그 일이 올바른 일인지 점검해보자. ‘개선’의 반대말은 퇴보가 아니다. 현실에 ‘정체’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주변 사람이 빠르게 전진하기 때문에 ‘멈춤’이 곧 ‘퇴보’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것은 결과와 상관없이 중요하다. 도전이 습관이 돼야 의식이 굳지 않는다. 처음엔 시간이 없어서 안 했는데 이제 시간이 나도 못하게 된다. ‘이제 시작하기엔 늦었다, 나는 내가 도달할 때까지 다 왔다, 이보다 더 좋아질 수는 없다.’는 마음을 떨쳐버리고 초등학생의 눈으로 세상을 보자. 톨스토이는 “현명한 사람에게는 마지막 수업 따위는 있을 수 없다. 그는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학생”이라고 말했다. 하산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하산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다시 오를 산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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