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나와서 생활을 하게 되면, 집을 구한 뒤 제일 먼저 하게 되는 것이 케이블(CA)TV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TV를 구입하고, 통신서비스에 가입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필자 역시, 지난 3월 미국에 와서, 집을 임대한 후 제일 먼저 한 일이 TV를 구입하고, 이동전화서비스에 가입하는 일이었다.
16년 전 유학차 미국에 와서, 가전제품을 구입하러 갔을 때는 소니, 파나소닉, 필립스 제품들이 매장의 좋은 자리에서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는데, 이번에 새로운 TV를 구매하러 베스트바이(Best Buy)에 가보니 삼성과 LG 제품이 가장 좋은 자리에서 제일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었다. 버라이즌와이어리스에서 이동전화서비스에 가입하면서 판매원에게 물어보니 매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휴대폰 기종도 LG와 삼성제품이었다. 최근 미국 시장점유율 조사에서도 TV, 핸드폰 모두 삼성과 LG 제품이 1위와 2위를 차지한 바 있다.
10년 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근무하느라 프랑스 파리에 거주했던 적이 있었는데 유학시절 보다는 삼성·LG 제품에 대한 인식이 많이 높아져 있었지만, 최고의 제품으로는 인지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 나와 보니 우리 기업의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졌고, 제품에 대한 평가도 최고 수준인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필자가 일하는 월드뱅크(World Bank) 내에 있는 TV도 모두 삼성제품이다.
한국에서 TV를 켜면 통신서비스와 모바일 기기에 대한 광고가 넘쳐 나듯이, 미국에서도 TV에서 제일 자주 접하게 되는 광고가 AT&T, 버라이즌와이어리스, T모바일, 스프린트넥스텔 등 이동통신사업자의 광고와 삼성, LG, 모토로라, 애플 등의 새로운 모바일 기기에 대한 광고들이다.
사업자 간에 경쟁도 치열해서,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여러 가지 결합서비스들이 시장에 나와 있다. 유선 분야에서는 3개 상품을 한 꾸러미로 묶어 제공하는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 Triple Play service), 무선 분야에서는 가족형 꾸러미(Family Package)가 인기를 얻는다. 또 유선 분야에서는 인터넷이 주된 판매상품이 되면서 품질 경쟁이 심화돼 버라이즌처럼 댁내 광케이블(FTTH: Fiber To The Home)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무선 분야에서는 3세대(G) 서비스 제공지역의 범위를 놓고 1, 2위 사업자인 AT&T와 버라이즌와이어리스가 가입자 모집 경쟁을 벌이는 반면 T모바일과 스프린트넥스텔은 상대적으로 싼 요금을 통해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방송분야에서는 디지털 TV로의 전환과 더불어 얼마나 많은 고선명(HD) 채널을 제공하느냐 하는 것이 가입자 확보의 핵심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디렉TV처럼 TPS를 제공하기 어려운 위성방송사업자들은 상품 구성의 열세을 만회하기 위해서 케이블TV사업자나 통신사업자 보다 더 많은 HD 채널을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버라이즌과 같은 통신사업자들도 FTTH 서비스를 통해 HD 채널 수를 확대하기 시작하면서 컴캐스트와 같은 기존 케이블사업자의 가입자 수는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인터넷과 관련해서는 공공장소에서의 무선 접속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프리 인터넷(Free Internet)’이라는 광고가 붙어 있어 ‘와이파이(WiFi)’ 서비스가 제공되는 카페(cafe)를 자주 접하게 된다. 미국에서 여행을 할 때도 호텔광고에 반드시 들어있는 내용 중에 하나가 인터넷 접속이 무료인지, 유료인 경우에는 요금체계가 어떻게 되느냐는 것이다. 이렇듯 인터넷 접근에 대한 수요가 증대됨에 따라, 미국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연방통신위원회(FCC)도 현재 음성전화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보편적 서비스 기금’을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포함하는 방향으로 개선하도록 결정했다. 또 광대역통신망(브로드밴드) 보급 확대를 최우선 정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FCC 인터넷 사이트(www.fcc.gov)에 접속하면 제일 먼저 눈에 띠는 것이 ‘국가 광대역통신망 구축계획(National Broadband Plan) -커넥트 아메리카(Connect Amercia)’ 접속 버튼이다.
한국에서 지하철을 타면 많은 승객들이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시청하거나 모바일 게임에 열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곳 지하철에서는 모바일 TV를 보는 사람은 거의 없는 반면, ‘블랙베리’나 ‘아이폰’과 같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이메일이나 정보 검색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퀄컴이 최근 컨퍼런스 콜(conference call)을 통해 인정했듯 모바일 TV 서비스는 아직 미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전자책(e북)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많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곳 지하철이나 카페에서는 아마존닷컴의 ‘킨들’을 통해 책을 내려받아 읽는 승객이나 손님들의 모습을 매일 접하게 된다. 애플의 ‘아이패드’를 이용해 신문을 읽거나, 소설을 읽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최근 이곳의 TV·신문 광고를 보면 애플, 모토로라, 림(RIM)뿐만 아니라 대만의 HTC 같은 새로운 기업까지 스마트폰 광고를 공세적으로 전개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또 TV 시장에서는 파나소닉이 3차원(D) TV에 대한 광고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과 LG도 이곳에서 새로운 3D TV와 스마트폰에 대한 광고를 적극적으로 전개한다.
기술변화가 심한 IT 시장에서 계속적으로 리더가 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우리가 지금은 기억하기도 힘든 RCA가 한 때는 TV 시장의 최고 강자였고, 10대들은 이름을 들어도 모를 AOL이 초기 미국 인터넷시장을 석권했다. 미래 IT 시장의 승자가 누가될 지는 그 누구도 점치기 힘들지만, 최근 미국의 광고와 지하철의 시민들을 보면 스마트폰과 3D TV가 향후 시장의 리더를 결정하게 될 분야라는 데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워싱턴DC(미국)=민원기 월드뱅크 선임정보통신기술정책전문가 wonkimin@hotmail.com
국제 많이 본 뉴스
-
1
공중화장실 휴지에 '이 자국'있다면...“절대 사용하지 마세요”
-
2
“인도서 또”… 女 관광객 집단 성폭행, 동행한 남성은 익사
-
3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 체포…ICC 체포영장 집행
-
4
아이폰17 프로 맥스, 기존보다 더 두꺼워진다… “배터리 때문”
-
5
“하늘을 나는 선박 곧 나온다”…씨글라이더, 1차 테스트 완료 [숏폼]
-
6
중국 동물원의 '뚱보 흑표범' 논란? [숏폼]
-
7
가스관 통해 우크라 급습하는 러 특수부대 [숏폼]
-
8
애플, C1 후속 제품 개발 중… “2026년 적용”
-
9
정신 못 차린 '소녀상 조롱' 美 유튜버… 재판서 “한국은 미국 속국” 망언
-
10
애플, 스마트홈 허브 출시 미룬다… “시리 개편 지연”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