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4일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이 본격 시행됨에 따라 에너지·온실가스 목표관리제가 핫이슈로 떠올랐다. 에너지 정책에서도 ‘효율 향상’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이에 대한 산업계의 선행 투자가 부담스러운 상황에서, 에너지절약전문기업(ESCO) 사업이 에너지·온실가스 목표관리제를 수행하는 데 가장 효율적인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초기 투자자금 부담을 줄이면서도 효과적으로 에너지 절약을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신문은 지식경제부·에너지관리공단·ESCO협회와 공동으로 ESCO 시장의 현황과 문제점, 국내외 성공 사례를 5회에 걸쳐 짚어보면서 ESCO 정책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전국 대학교 가운데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서울대학교는 최근 관악캠퍼스 소재 건물 45개 동의 냉난방시설을 교체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사업비만 172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공사지만 알고 보면 서울대가 직접 투자하는 비용은 없다. 공사를 주관하는 ESCO가 정부로부터 ESCO자금을 대출받아 시설에 투자하고 매년 에너지 절약으로 발생하는 수익으로 투자금을 회수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보다 냉난방에너지를 60%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투자비 회수기간도 길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정부과천청사의 리모델링 사업도 같은 방식으로 추진된다. 에너지효율이 높은 창호를 비롯해 지역냉난방시설을 도입하는 대형 공사지만 이것 역시 정부가 직접 투자해야 하는 비용은 전혀 없다.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 정책의 초점이 ‘효율 향상’에 맞춰지고 있는 상황에서 ESCO사업은 가장 효과적인 에너지 절약 방안으로 집중 조명받고 있다. ESCO사업이 에너지 효율 향상은 물론이고 신성장 동력 창출이라는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잘 부합하기 때문이다. 발광다이오드(LED)나 히트펌프 같은 주요 녹색기술의 발전과 함께 파이낸싱, 건설 부문의 기술 개발이 에너지 절약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난 1992년 국내에 처음 도입된 ESCO 제도가 그동안 거둔 성과는 눈여겨볼 만하다. 1993년부터 2009년까지 ESCO사업에 총 1조2922억원이 투입돼 연평균 4954억원의 절약 효과를 거뒀다. 평균적으로 1억원의 ESCO자금을 투자했을 때 연간 3800만원의 경제적 효과가 발생하고, 투자비를 회수하는 데 3년도 채 안 걸린다.
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올해 국내 ESCO 시장의 규모는 정책자금 1350억원과 민간자금 600억원을 합한 195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이는 올해 기준으로 세계시장의 1.2%에 불과한 수치다. 지난 5년간의 투자 실적을 살펴보면 2005년 1829억원에서 지난해 1300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국내 ESCO 시장이 정책자금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민간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대기업의 참여가 부족한 것이 원인이다.
반면에 세계 ESCO 시장은 급격히 성장하는 추세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미국·일본·중국·영국·한국 주요 5개국의 에너지 효율 개선 시장 규모는 약 260조원. 이 가운데 ESCO 시장은 약 16조원 규모다. 미국이 연평균 22% 성장하며 세계시장의 43%를 점유하고 있고, 중국이 연평균 33%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동남아 등 신흥국 시장도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해 금융 지원 방안 및 수요 창출을 골자로 하는 ‘ESCO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으며, 올해 7월 중 보다 확대된 내용의 ‘ESCO산업 육성 방안’을 발표하고 우리나라를 에너지절약산업의 수출 강국으로 변모시키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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