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현택환 교수 "실용분야 나노연구 급속 확대될 것"

MRI(자기공명영상) 조영제, 자기저장매체, 연료전지, 암 치료….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이들 물질은 크기가 균일한 나노입자를 갖고 응용할 수 있는 분야들이다. 나노입자는 그 크기와 균일성에 따라 성질이 바뀐다. 이 때문에 전 세계 연구자들은 보다 정밀한 나노입자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크기가 균일한 나노입자를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올해 초 김빛내리 생명과학부 교수와 함께 중견 석좌교수로 임명된 서울대 현택환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나노 분야에서 전 세계 연구자들 사이에서 `균일한 나노입자=현택환`으로 인식될 정도로 이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실제로 현 교수는 지난 10년간 순수 국내에서 한 연구로 나노소재 분야에 147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이들이 8500회 이상 인용돼, 가장 많이 인용된 논문 상위 0.1%에 5편, 상위 1%에 51편의 논문이 올라가 있다. 이는 지난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들의 논문 인용 수와 유사하거나 약간 앞서는 수준이다.

현 교수는 "균일한 나노입자 생산기술은 IT, 에너지, 의학 등 모든 공학기술의 도우미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30여 명의 연구원과 함께 `산화물 나노결정 창의연구단`을 이끌고 있는 현 교수는 다양한 금속 및 산화물 나노입자 합성에 대한 크기, 모양 조절, 형성 메커니즘 등 기초연구부터 친환경적인 나노입자 대량 생산공법 개발과 응용을 연구하고 있다.

균일한 나노입자 합성은 현 교수팀에 앞서 미국 IBM과 MIT 연구진이 이미 성공한 기술이다. 그러나 현 교수팀이 전 세계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균일한 나노입자 합성 기술의 패러다임을 바꿨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우선 나노입자를 합성한 다음 크기별로 분리하는 과정을 통해 균일한 나노입자를 만들어 냈다. 다시 말하면 나노입자를 합성하면 여러 가지 크기의 나노입자가 섞여 있는 상태인데 이를 체로 쳐 내는 것과 같은 복잡한 분류과정을 거쳐 균일한 크기의 나노입자를 얻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제조원가가 비싸고 독성이 강한 유기금속화합물을 사용해 환경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현 교수팀은 무독성 물질을 이용해 크기 분리과정을 거치지 않고 원하는 크기를 마음대로 정해 균일한 나노입자를 얻어내는 방식을 개발해 냄으로써 기존에 발생할 수 있는 단점들을 개선했다.

나노물질은 입자의 크기가 바뀌면 자체 발광하는 형광이 달라지게 되는데, 이 색을 선명하게 만들려면 크기가 균일해야 한다. 이를 응용해 현 교수팀은 2007년에 균일한 크기의 산화망간 나노입자를 이용해 새로운 개념의 MRI 조영제를 개발했다.

현재 병원에서 사용하는 MRI의 세기는 1.5테슬라나 3.0테슬라인데, 생체조직을 선명하게 관찰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MRI 세기를 높이는 방법밖에 없었다. 가천의과학대 뇌과학연구소 조장희 소장이 개발한 7.0테슬라급 MRI 정도가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게 하는데 이는 아직 연구용으로 쓰이고 있다. 현 교수가 개발한 조영제를 사용하면 현재 쓰이고 있는 MRI에서도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게 돼 ㎜ 이하의 아주 작은 종양의 조기진단도 가능하다.

연구팀은 2008년 2월에는 `감싸고-굽고-벗기기` 공정이라는 기술을 개발해 속이 빈 구조의 산화철 나노캡슐을 만들어 질병의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할 수 있는 다기능성 생물의학적 나노소재를 디자인해 치료와 진단이 가능케 했다.

최근에는 자연의 자기박테리아 몸속에 있는 균일한 정육면체형 80㎚(나노미터)급 자성 산화철 나노입자를 그대로 모사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80㎚일 때 나노자석의 자성이 가장 강하다는 것에 착안해 연구팀은 당뇨병 진단에 이를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듯 현 교수팀의 다양한 연구성과는 2007년 12월 한화석유화학에 43억원을 받고 기술 이전돼 산업적 이용 가능성을 더욱 높였다. 한화에서는 현 교수팀의 기술을 이용해 장기저장매체로 이용되고 있는 마그네틱 테이프와 같은 자기저장장치는 물론 의료진단용, 에너지환경 분야에서 이용하려 하고 있다. 실제로 회사는 균일한 나노입자 물질 1㎏까지 만들어내 상용화에 한발 더 다가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나노기술의 구체적 전망에 대한 질문에 대해 현 교수는 "그동안은 나노 연구가 기초 분야에 국한돼 있다고 한다면 앞으로는 나노 연구가 의학적 차원에서 진단 및 치료는 물론 에너지 문제 해결 등 실용적 연구 쪽으로 더 활발해질 것"이라며 "균일한 나노입자의 선택적 합성기술은 산업적 수요에 따라 다양한 분야에 응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매일경제 유용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