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 골프화

 골프 장비 중에서 제일 간과하기 쉬운 것이 골프 신발이다. 대부분의 골퍼들은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어떤 신발을 신느냐에 따라 서너 스트로크 차이가 난다고 하면 믿을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마는 이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필자는 지난해 여름에 방수가 잘된다고 하는 일본의 유명 업체에서 만든 고어텍스 신발을 한 켤레 샀다. 하지만 이 신발이 원수가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새 신발을 신고 필드에 나갔는데 평상시보다 뒷굽이 좀 높다는 느낌이었다. 첫 홀부터 몇 년 동안 보지 못했던 멋진 슬라이스를 때렸을 뿐만 아니라 첫 번째 그린에서 퍼팅을 하려고 어드레스를 취해보니 뭔가 모르게 앞으로 쏠리는 느낌이 들었다. 퍼팅도 가볍게 슬라이스가 났다. 신경을 쓰면서 플레이했는데도 18홀을 돌고 난 결과는 썩 좋지 않았다. 퍼팅 수 36개, 슬라이스로 인한 OB 두 개. 슬라이스를 막으려고 하다가 왼쪽으로 당겨진 드라이브 샷 두 개. 몇 년 내 최악의 스코어를 기록하고 이 신발을 집어 던져버렸다.

 이 신발을 만든 업체에서 다음해에 최신 골프화를 내 놓았는데, 스펙을 보니 뒷굽을 1㎝나 낮게 만들었다. 결국 회사도 이 문제점을 뒤늦게나마 알아차렸다는 뜻이다. 골프화의 뒷굽이 높으면 볼이 발보다 아래쪽에 위치하는 슬라이스 라이가 자동적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평평한 티잉 그라운드에서 때리는 티샷에서는 슬라이스가 나는 것이 당연하다.

 이런 일을 겪고 나서 필자는 호기심 때문에 여러 종류의 골프화를 사 봤다. 여러 종류의 골프화를 신고 필드에서 플레이 결과, 뒷굽의 높이와 티샷의 방향성은 상당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뒷굽이 낮은 골프화와 뒷굽이 높은 일본제 골프화로 같은 티잉 그라운드에서 드라이브 티샷을 하면 30m 좌우 폭이 생길 정도로 차이가 난다.

 이제 머지않아 우기에 접어든다. 대개 골프화의 방수 성능은 2년 정도 지나면 나빠지기 때문에 골프화를 지금쯤 마련하는 것이 좋은데, 브랜드나 모양만 보고 결정할 것이 아니라 본인의 구질에 따라 골프화를 선택하는 것도 스코어를 줄이는데 큰 보탬이 된다. 슬라이스가 많이 나는 골퍼라면 뒷굽이 낮은 골프화를 택하고, 훅이 많이 나는 골퍼라면 뒷굽이 높은 골프화를 택하거나 키높이 깔창을 까는 것이 스코어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