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용의 시대가 온다
안드레 타피아 지음. 휴잇어소시엇츠 옮김. 청림출판 펴냄
한국을 대표하는 진보적 지식인인 홍세화씨는 지난 1995년 한 권의 책으로 대한민국 사회에 각성의 종을 울렸다. 당시 출간된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는 ‘톨레랑스’라는 생소한 프랑스어를 유행시키며 우리네 삶 속에 다양성과 관용의 의미를 되새겼다. 젊은 날의 아픔을 뒤로 한 채 낯선 이국땅에서 망명 생활을 하며 택시 기사로 살아갔던 그에게 톨레랑스는 프랑스가 가진 남다른 가치였다. 그것이 무수히 많은 삶의 다양성을 끌어안을 수 있었던 비결이자, 프랑스 특유의 경쟁력이기도 했다. 어쩌면 톨레랑스 정신은 세상과 사람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그 기저에 깔려 있다고도 볼 수 있다. 획일화된 잣대로 나와 남, 사회를 평가하며 앞만 보고 경쟁으로 내달리는 한국 사회에서 다양성에 대한 포용력은 여전히 배워야 할 숙제다.
바야흐로 21세기는 다양성이 극대화하는 시대다. 특히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서 기업 현장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키워드는 무엇일까. 다시금 ‘포용’이 새롭게 조명받아야 할 때다. 기업 구성원인 개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개별 역량을 배가시킴으로써 조직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해법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포용의 시대가 온다’는 다양성과 포용을 기업 경영의 관점에서 본격적으로 다룬 국내 첫 서적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휴잇어소시엇츠의 다양성 최고 경영자인 안드레 타피아는 기업 경영에서 포용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그는 우리 일터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성에 관한 구체적인 사례들을 짚어보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포용이라고 강조한다. 또 비즈니스에서 포용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실천할지 실질적인 조언을 한다.
저자에게 지금은 결코 다양성을 무시해서는 안 될 때다. 기업들은 다양한 인재를 요구하고, 그 인재들 또한 다양한 기업을 원한다. 그런데 한 사무실에서 동고동락하면서도 경영자들은 보이지 않는 장벽을 방치해 두고 있지는 않았을까. 기업들은 우수 인력 확보에 적지 않은 자원을 쏟아붓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노력은 결국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가 다반사다. 개별 인재들이 조직에 제대로 융화되지 못해 특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까닭이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인재들이 회사 내에서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잘 보여주고 있다. 예를 들어 직장 안에서 기성세대와 잦은 갈등을 빚는 밀레니엄 세대를 보자. 저자는 밀레니엄 세대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부모와 친밀한 관계 속에 성장했고, 다양성에 대해 열린 사고를 지녔다. 즉각적인 피드백을 바라고 코칭과 멘토링을 반긴다. 코칭과 멘토링을 좋아한다니, 다소 의외일 법하다. 그러나 저자가 발견한 밀레니엄 세대는 코칭을 하려들 때 간섭받는 것을 싫어해서 삐딱한 태도를 보일 것이라는 편견과 거리가 멀다. 오히려 그들은 다양성을 인정하는 열린 자세기에 자신들의 업무와 관련된 조언을 꺼리지 않는다.
직장 내 장애인과 여성의 지위도 다양성 측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다. 그동안 사회적 편견을 떨치기 위해 쏟은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들은 기업에서 상대적 약자에 머물러 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조직에서 제 능력을 십분 발휘할 수 없다면 기업에도 손해다.
이 책은 기업들이 바로 문화 포용의 역량으로 개별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끌어안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얼마 전 프로야구 롯데전에서 5연패를 끊은 박종훈 LG 감독이 떠오른다. 그는 당시 “승리보다 이형종이라는 투수를 얻어 기쁘다”며 칭찬해 화제를 모았다. 이형종 선수는 시즌 초 박 감독을 겨냥한 인터넷 항명의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이 책이 설파하듯, 박 감독의 포용의 리더십은 글로벌 비즈니스 시대를 맞은 기업들이 안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을 해결할 한 가지 실마리는 되지 않을까 싶다. 1만8000원.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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