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관리(SCM) 전략이 생산과 물류의 변화를 추구하던 ‘운영’에서 수요 계획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방한한 토마스 캘리(Kelly Thomas) JDA소프트웨어 제조총괄 부사장은 CIO BIZ+와 인터뷰에서 “델, 노키아, P&G 등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SCM 전략 화두가 바로 수요 예측”라고 강조했다. JDA소프트웨어는 지난 2월말 i2테크놀로지 인수를 공식 완료한 후, 명실상부한 SCM 전문업체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다.
◇P&G, 델 등 글로벌 제조 기업들의 공통 화두는 ‘수요관리’=경기 침체가 시작된 2008년 4분기 이후에는 재고 절감을 위한 SCM 필요성이 부각됐다. 캘리 부사장은 “미국 현지 자동차, 반도체 등 제조 기업들의 수요가 하락하면서 이들이 구사한 전략이 바로 ‘재고’에 묶여있던 현금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이었고, 이를 위해 재고 절감에 초점을 맞춘 시스템을 찾아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경기 변동이 심하다 보니 결국 수요예측에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1일 단위 수요관리에 나서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캘리 부사장은 이렇듯 시장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수요관리에 가장 눈에 띄게 움직인 기업으로 P&G, 델, 삼성전자, 소니 등을 꼽았다. 특히 델의 경우 온라인 직판 모델 형태에서 오프라인 유통 채널 비중을 늘려나가면서 최근 베스트바이와 협력해 데이터 마이닝 기법을 통해 수요 관리 역량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캘리 부사장은 “소비자들의 행동이 매출과 직결되다 보니 이 행동을 분석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부각되고 있고 이를 위한 데이터 마이닝 기법 활용이 사실상 포인트”라며 “특히 데이터 마이닝 작업 이전에 얼마나 정확한 데이터를 확보하는지가 열쇠”라고 말했다.
실제 판매시점정보시스템(POS)의 정보 오류가 많고, 실제 매장에 소재한 제품 정보와 틀리거나 시스템 데이터와 실물 데이터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제대로된 분석이 곁들여져야 성공적 수요관리를 담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캘리 부사장은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분석하다 보면 최적의 재고전략과 매대당 전략을 짤 수 있고, 시나리오 기반 의사결정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하며 좋은 사례로 리바이스를 지목했다. 캘리 부사장은 “지난 하반기 리바이스는 시어스백화점과의 프로젝트를 통해 매장에 진열된 의류의 형태, 사이즈, 컬러 등 각각의 품목별 판매 동향과 패턴 분석을 통한 과학적 진열로 매대당 효율은 15% 높이고 재고를 20% 가량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외에 P&G, 샌디스크 등 기업들도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덧붙였으며 100여개 이상의 공장에 대한 통합적인 수요계획 등을 구현하고 있는 3M과 함께 파워트레인 등 핵심 부품 제조 프로세스에 강한 닛산, 전략적 소싱을 잘하는 하니웰, 수요관리에 뛰어난 노키아 등을 우수한 SCM 프로세스 구현 기업으로 꼽았다.
◇SCM 효과 위해 ‘스폰서십’과 ‘지속적 관심’ 필수=사실 한국의 많은 기업들이 SCM 시스템 구축 이후 ROI 도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프로세스 변화없이 시스템 구축만 하거나 경영진의 이해없이 추진된 SCM 프로젝트가 좌초되기도 한다. 캘리 부사장은 “초기에 공장 단위 시스템 구축을 진행할 때는 비교적 쉽게 ROI를 도출하지만 다양한 요구사항을 수용하고 비즈니스 전략과 맞물리며 지속적인 ROI를 내기 위해서는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며 특히 “임원과 경영진 레벨의 강력한 추진력은 물론 프로젝트 추진 당시부터 ‘무엇을 얻을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목표를 두고 이에 맞춰 측정과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JDA는 비록 SCM 소프트웨어 업체이지만 SCM 프로젝트의 성공보다는, 소프트웨어의 기능 구현보다 ‘목표’가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또 시스템 구축 때와 달리 시장은 끊임없이 변화한다는 점도 잊지말라고 조언했다. 비즈니스와 프로세스, 사람이 바뀌는 만큼 시스템에도 지속적인 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캘리 부사장은 한국 기업들의 SCM 시스템 구현 수준은 매우 높은 편이라고 평가했다. 캘리 부사장은 “한국의 기업들은 매우 세밀한 시스템 구현과 데이터 통합 역량에 우수하다”며 “설계 단계부터 깊이 있는 SCM 시스템 구현을 해 나가고 이에 따라 성공 확률도 높게 점쳐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 해외 기업들은 초기 투자 비용을 낮추고 상대적으로 빠르게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로서 서비스(SaaS)형 SCM 시스템 구축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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