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눈높이 맞추고 항상 귀 기울이는 영업방식 만들어야

혁신 경영의 팁을 제공할 ‘CEO 경영노트’가 여러분을 찾아 갑니다. 특정 분야에서 성공 반열에 오른 중견·대기업 전문 경영인을 직접 만나 경영 노하우와 최신 경영 흐름을 들어 봅니다. 성공담 뒤에 숨은 이야기를 한꺼풀 들춰 보겠습니다. 기술 속도가 빠르고 경쟁이 치열한 전자·통신·IT 분야에서 몸으로 체득한 경영 기법, 조직과 사람 관리 노하우, 시장 정보를 주로 소개합니다.
“정답은 고객입니다.” 이홍구 델코리아 사장(54)이 제시하는 경영 키워드는 ‘고객과 소통’이다. 고객 다음으로는 주저없이 ‘인재(직원)’를 꼽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고객 중심 사고가 필요합니다. 고객에 맞게 제품과 시장을 세분화하고 그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항상 귀를 열어 두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이 사장은 전형적인 엔지니어 출신 전문 경영인. 대학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대영전자를 시작으로 IBM·컴팩코리아를 거쳐 한국HP 부사장을 지냈다. IBM과 컴팩에서 10년, HP에서 얼추 10년 글로벌 기업에만 20년 넘게 근무한 베테랑 IT 전문가다. 올해 1월 델코리아 사령탑을 새로 맡았다. 전체 사업을 총괄하는 대표는 처음이지만 글로벌 기업을 거치면서 누구보다 고객의 소중함을 터득했고 델을 맡으면서도 마찬가지다. 델에 취임하면서도 가장 역점을 둔 부분이 고객 중심으로 서비스와 조직을 바꾸는 일이었다.
“고객 눈높이에 맞춘 영업 방식이 필요합니다. 고객이 원하는 해답을 먼저 찾아 줘야 합니다. 엔터프라이즈 시장의 최신 흐름은 클라우드 컴퓨팅과 가상화(VR)입니다. 이는 데이터센터와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델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센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운영 노하우와 애플리케이션이 탄탄합니다. 고객은 데이터센터에 무척 관심이 많습니다.”
델코리아는 데이터센터 구축과 운영 기법을 국내에 소개할 계획이다. 비즈니스 이해 여부를 떠나 고객이 원한다는 점 하나 때문이다. 국내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은 흔히 실적과 같은 결과만 따지기 십상인데 고객과 소통, 즉 ‘과정’을 먼저 챙기겠다는 것이다. 제일 먼저 서비스를 점검하고 고객 중심으로 시스템을 바꾼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사장은 기업 고객을 위해 ‘24시간 365일 서비스’ 체제를 구축했으며 서비스 시간도 오후 6시에서 7시로 늘렸다.
“기업에서 서비스 문의는 대부분 정상 업무가 끝난 후 이뤄집니다. 언뜻 보기에는 1시간 연장이지만 업무 후 서비스를 응대했을 때 고객이 느끼는 체감 효과는 상당합니다. 기업 고객에 한해 24시간 서비스 체제를 제공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컴퓨터가 먹통이 되거나 전산시스템이 다운되는 일만큼 답답한 경우가 없습니다.”
이 사장은 “글로벌 기업은 서비스가 약하다는 선입관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사업 면에서도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엔터프라이즈 쪽은 1위에 격차를 줄여 확실한 ‘투 톱’ 구도를 만들겠다고 장담했다. “소비자 시장에서는 아직 델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효율과 비용에 민감한 기업 시장은 다릅니다. 서버·데스크톱·PC를 통틀어 기업 시장은 확실한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지난해 1분기 6.6%에서 4분기 10.3%까지 점유율이 올라갔습니다. 내년 말까지 15%는 문제없습니다.”
이 사장은 “IT시장 흐름이 점차 승자독식 구조로 바뀌고 있다”며 “모든 사업부를 통틀어 앞으로 2년 동안 점유율을 2배 이상 올려 놓겠다”고 말했다. 이어 성장과 함께 델 직원 개개인의 만족도가 비례하는 새로운(뉴) 델을 만들겠다는 포부를 잊지 않았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