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칼럼]DNA복원, 영혼까지 살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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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마크 코펜하겐대 자연사박물관 모르텐 라스무센 박사와 국제 연구팀은 약 4000년 전 그린란드 서부에 살던 사칵(Saqqaq) 부족 남성의 모습을 복원해냈다. 이 남자는 갈색 눈동자, 갈색 피부에 짙은 갈색 머리, 동양인과 비슷한 넓적한 치아와 마른 귀지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또, 많은 양의 머리카락이 발견된 점으로 미루어 이 남성은 젊었을 때 죽은 것으로 추정됐다.

 라스무센 박사 연구팀은 그린란드의 만년설 속에 묻혀 있던 머리카락의 유전자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 머리카락은 1986년 그린란드 서부 케케르타수수크에서 발견해 덴만크 국립 박물관 창고에서 보관 중이었다.

 보통 미라 등에 남아 있는 고대 인류의 머리카락과 피부는 곰팡이와 박테리아에 심하게 오염돼 유전자 분석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이 머리카락은 오랜 기간 만년설 속에 묻혀 있던 덕에 유전자의 상당부분을 간직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그린란드에 처음 정착한 인류로 추정되는 이 남성의 머리카락으로부터 79%의 게놈, 즉 24억개의 염기쌍을 복구 했는데 이는 현존하는 유전자 해독기술의 한계치에 가까운 것이다. 능단일염기다형성 분석 기법을 통해 유물이 거의 없는 사칵 부족 남성의 유전자형에 대한 특징을 조사현 결과 연구팀은 이 남성이 현대 아메리카인이나 이누이트와는 달리 약 5500년 전에 시베리아에서 그린란드로 이주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라스무센 교수는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와 비교한 결과 사칵 부족은 약 5500년 전 시베리아에서 출발, 베링해협과 북미 대륙의 북쪽 끄트머리를 지나 그린란드로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는 그린란드 원주민의 조상이 북미 원주민이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뒤지는 결과였다.

 라스무센 교수 연구팀은 단일 염기서열 분석으로 얻은 정보와 현대의 가장 가까운 인종의 이미지를 기반으로 당시 인류를 재구성해 고대 남성의 스케치를 작성했다. 지금까지 완성된 현생 인류의 유전자 지도도 한국인 두 명을 포함해 여덟 개에 불과하며, 고대(古代) 인류의 유전자 해독은 이 번이 처음이었다.

 만약 이 복원 기술이 재생의학기술을 만난다면 죽은 자들을 살리는 것도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죽은 자의 머리카락 또는 뼈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전체 설계도를 복원하고 여기에 살과 근육을 재생시키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이러한 복원과 재생기술에도 영혼을 복제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결국, 완벽한 인간창조는 여전히 신의 영역으로 남겠지만, 고대 유전자의 해독이 역사의 비밀은 벗겨주리라 기대한다.

 차원용 아스팩미래기술경영연구소장 wycha@StudyBusin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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