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전 칼럼에서 자신을 안드로메다에선 온 우주인이라며 강원도 영월의 한 시골에서 조그마한 우주선 모양의 집을 짓고 사는 한 여성에 대해 쓴 적이 있다.
이번엔 지구의 한 사막에 거주하며 ‘화성에 도착한 지구인’으로 사는 사람들을 소개하려고 한다. 이들의 삶을 통해 앞으로 다가올 우주시대를 잠시 엿보기로 하자.
하와이대 미래학 프로그램에서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미국인 윌리엄 크레이머씨는 외계생물체 보호에 관심이 많은 생물학자다. 그는 조만간 인류가 외계 생명체를 발견해 물질적, 정신적 지평을 넓힐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기회만 있다면 우주선을 타고 화성 같은 곳을 탐사하며 생물체의 흔적이나 생존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싶어한다.
꿈에서나 그려볼 듯한 미래였지만, 이를 체험해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 후원하고 1998년 설립된 화성협회(Mars Society)가 주관하는 ‘화성 탐사 기지국’에 들어갈 수 있는 자격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 기지국은 진짜 화성에 있는 것은 아니고, 미국 유타주의 한 사막에 만들어놓은 것이다.
항공우주국에서 엔지니어로 일했던 로버트 주브린(Robert Zubrin)이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화성과 비슷한 환경에서 생활하며 우주시대의 삶을 경험하기위해 시작됐다. 미국에 이어 유럽의 아이슬란드에도 화성 탐사 기지국이 설립됐고, 조만간 호주에도 만들어질 예정이다.
윌리엄은 이곳에서 탐사 팀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생물학, 우주공학, 물리학, 예술,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활동하는 동료들과 함께 ‘장난’이 아니라 실제 화성에 도착한 지구인처럼 2주 동안 생활했다.
오전엔 우주복을 입고 나가 두터운 장갑을 낀 손으로 사막의 흙을 채취하고, 탐사 지역의 지형을 파악하기 위해 촬영 작업을 했다. 이를 위해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에 적응하는 훈련도 했다. 물이 귀하다보니 자신이 쓴 물을 정화해 다시 쓰는 방법을 고안했고, 대원들은 말보다 주로 텍스트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저녁이면 화성에서 진행한 일을 네덜란드에 있는 우주 탐사 본부에 보고했고, 지구와 화성의 거리 차이 때문에 20분씩 의사소통이 지연되는 과정도 경험했다. 탐사기지의 벽엔 화성, 네덜란드 그리고 이들의 거주지인 미국의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 세 개가 걸려있고, 기지 바깥엔 태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장비가 연신 돌아가고 있다.
이들은 모든 것을 새롭게 배우는 어린아이의 심정으로 현실에 적응했다. 지구에서의 경험이나 지식은 별 도움이 안됐다. 물은 늘 부족했고, 거주공간은 좁았으며, 밖은 완전히 다른 세계였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감은 양면의 칼날처럼 넘치면 위험하고 부족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이곳에서 키운 작은 식물들은 고향의 향수를 달래주었고,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곳에서 모든 생명은 인간의 친구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해주었다.
하와이미래학연구소 연구원 seongwon@hawaii.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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