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계기 `부각`…해군, 뒷북 검토
비극적인 천안함 침몰 사고를 겪으며 해상인명 구조를 위한 IT장비의 신규 개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30일 해군당국은 천안함 구조과정에서 첨단 IT장비로 인명피해를 더 줄였어야 한다는 언론의 질타를 받자, 해양 실종자 수색용 RFID 라이프재킷의 구매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해양경찰청은 지난해 1월 해경 특수부대 요원들에게 RFID 라이프재킷 320개, 서해안의 해경 함정 16척에 조난신호를 감지하는 수신시스템을 장착해 운용하고 있다. 이 장비는 평범한 구명조끼에 조난신호 발생기를 부착한 형태다. 물에 빠진 사람이 조난신호 발생기의 버튼을 누르면 10초 간격으로 GPS위치정보를 반경 수㎞ 이내의 해경 선박에 전달한다.
해군당국은 이 장비가 미리 도입되었다면 실종자 수색 및 구조작업이 훨씬 원활했을 것이라는 비판이 높자 서둘러 RFID 라이프재킷의 성능시험과 구매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군당국이 민수용으로 개발된 RFID 라이프재킷을 군장병들에게 그대로 보급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똑같은 기능의 해상인명 구조장비라 해도 민수용과 군사용은 엄연히 요구사항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교전상태에서 침몰한 군함, 물에 빠진 장병의 위치정보는 적에게 노출되면 안되는 군사기밀이라고 지적한다. 바다에서 애타게 구조를 기다리는데 적함이 먼저 위치신호를 감지하고 달려와서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 대부분 국가의 해군함정들은 사고발생시 위치정보를 자동으로 알려주는 구조장비 도입에 민간선박보다 훨씬 더 보수적이다. 미해군의 경우 바다에 빠진 병사의 실시간 위치를 인공위성으로 탐지하는 구조시스템을 이미 구축해둔 상황이다. 미 해군이 인명구조를 위해 개발한 ‘개인위치신호발생기(PLB)’는 위치정보를 암호화시켜 발신하기 때문에 적에게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해양IT 장비업계는 이번 천안함 침몰사고를 교훈 삼아 첨단IT를 이용한 해상인명구조 장비를 업그레이드하고 보급 및 표준화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주목받는 RFID 라이프재킷이 전파 송수신이 어려운 바닷물 위에서 제대로 작동하게 하려면 많은 연구개발과 기술투자가 필요하다.
선박용 GPS단말기를 제조하는 일래스틱네트웍스의 손명호 대표는 “침몰한 군함의 위치도 민간어선이 찾아주는 현실을 보면서 정말 안타까웠다. 선박레이더에 감지되는 라이프재킷을 최초로 개발했지만 아직 수요처가 없어서 양산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