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설명=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에 위치한 a# 매장.
‘이제 전자제품 매장이 아닌 패션 아이템 매장으로 불러다오.’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에이샵(a#) 매장. 평일 저녁에도 이곳은 젊은이들이 빼곡하게 들어찼다.
비치된 헤드폰을 귀에 꽂고 음악 감상에 몰두한 젊은이들, 자신의 아이폰을 형형색색 케이스와 맞춰보는 여학생들로 100평 남짓한 매장이 북새통을 이룬다. 과거 ‘얼리어댑터’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휴대형 전자제품이 ‘패션 리더’의 필수 아이템으로 변화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이와 관련 업체들도 속속 자사 매장을 새로 개설하거나 리모델링하는 등 패션 아이템 매장으로 탈바꿈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내달 1일 휴대기기 체험 전문 복합매장 ‘랏쯔(lots)’가 신논현점·안양점 등 4곳에 새로 문을 연다. 1층은 코원·아이리버 등 휴대기기와 각종 헤드폰·이어폰을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되며, 2층은 팬택 휴대폰 AS센터로 구성된다. 매장 3곳의 운영을 맡은 우양기 이어폰샵 대표는 “소비자의 반응이 좋을 경우, 연말까지 매장을 50여개로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올 초 서울 영풍문고 종각점에 디지털프라자를 열고 체험 공간을 오픈했다. 이곳에서는 방문객에게 하이브리드 카메라 ‘NX10’을 3시간 동안 무료로 대여해준다. 롯데마트 역시 최근 기존 가전제품 코너를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했다.
기존 업체의 세 불리기도 계속 이뤄지고 있다. 애플프리미엄리셀러(APR)의 대표격인 a#은 서울 송파구 장지동 가든파이브에 들어설 뉴코아 아웃렛에 입점할 예정이다. 3월 현재 23개 매장으로 가장 많은 점포를 보유한 a#은 롯데·신세계·현대 등 백화점에 점포를 열고 영업 중이다.
이처럼 업체들이 변화를 모색하는 이유는 전자제품의 ‘위상’이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 단순히 제품의 기능을 중요하게 여겼던 이전에 비해 디자인, 패션, 타제품과의 궁합 등이 주요 구매 조건으로 부상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우양기 대표는 “이어폰과 헤드폰이 단순한 소모품이었던 시대는 지났다”면서 “직접 매장을 찾아와 음질을 들어보고 다른 제품과 어울리는지 확인하고 구매를 결정하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APR의 성장은 관련 업체에 큰 자극이 된 것으로 보인다. a# 측에 따르면 “처음엔 백화점 내 생활가전 제품 판매 코너에 있던 a# 매장이 최근 영 캐주얼 브랜드가 모인 층으로 이동하는 추세”라며 “APR는 전통적인 가전제품 매장과는 달리 고급스런 인테리어를 갖춰 전자기기가 패션 아이템으로 변화하는 최근 트렌드를 충분히 반영했다”고 밝혔다.
아이폰 출시 후 달라진 소비자의 구매 패턴도 업계의 변화 노력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실제 a# 측은 “방문객이 아이폰 출시 이전과 비교해 6배 가량 증가했다”며 “아이폰을 산 이들이 케이스, 이어폰 등 주변기기를 구매하기 위해 매장을 찾는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우 대표는 “온라인 쇼핑몰 때문에 오프라인 업계가 한동안 고전했지만,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다양한 제품 구색을 갖춘 체험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관련 매장도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창규기자 k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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