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그나칩이 미국 증시 상장에 도전했다. 매그나칩 지주회사 성격의 모회사인 미국 매그나칩반도체LLC가 지난 15일 미 증권관리위원회에 기업공개(IPO)를 접수한 것이다. 본지 2010년 3월 17일자 2면 참조
매그나칩은 지난해 이 맘 때만 해도 과중한 부채에 시달리던 기업이다. 어떻게 180도 달라지게 됐을까.
매그나칩의 부채는 2008년 말 기준 8억5000만달러였다. 2004년 하이닉스의 비메모리 사업부문을 인수, 현재의 매그나칩을 탄생시킨 사모펀드 CVC가 과도한 채권 발행으로 빚은 결과였다. 장기채권이 대부분이었지만 차입 규모가 워낙 커 금융비용이 상당했다. 영업을 아무리 잘 해도 수익을 거둘 수 없는 구조였던 셈이다. 게다가 미국발 금융위기 및 경기침체 영향 등 악조건들이 겹치면서 이자를 지급하지 못하게 되자 결국 CVC는 매그나칩을 매각하기로 했다.
매그나칩으로선 최악의 상황을 돌파할 방법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찾아낸 것이 ‘챕터11(파산보호)’ 신청. 우리나라 법정관리와 유사한 챕터11은 미국 파산법원이 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평가, 수용 여부를 결정해준다. 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시장에서 기업 가치를 재평가 받을 수 있고 무엇보다 법원 감독 아래 채무상환이 일시 연기된다. 법원의 보호 아래 영업 활동을 지속하면서 재무구조 개선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다. 매그나칩은 이와 같은 제도적 이점을 누리는 한편 GM 등이 이 챕터11을 통해 회생을 모색하는 것을 보고 2009년 6월 자발적으로 ‘파산보호행’을 결정했다.
선택은 절묘했다. 반도체 경기 회복 국면과 맞물리자 새로운 투자자가 나타났다. 현 매그나칩의 주인이자 당시 최대 채권단 중 하나였던 미국 투자회사 애비뉴캐피털이 매그나칩 인수에 나선 것이다. 애비뉴캐피털은 매그나칩 채권단에 부채를 탕감하는 대신 주식 전환 등의 조건을 내걸어 채권단과 법원의 동의를 받아 냈다. 이를 통해 무려 8억5000만달러에 이르렀던 부채가 6200만달러 수준까지 낮아졌다.
통상 빨라야 6개월 내지 1년 가량 소요되는 파산보호에서 매그나칩은 불과 3개월 만(2009년 9월)에 졸업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부채 규모를 획기적으로 줄여 재무구조가 우량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다. 매그나칩은 구체적 실적을 공개하고 있지 않지만 파산보호 졸업 후 금융비용 부담이 격감하면서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올해는 전년 매출(2억6500만달러) 대비 30%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투자 회사 특성상 매그나칩의 이번 미 증시 상장은 기업 가치를 높여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상장에 성공하면 막대한 부채에 시달리던 회사가 1년도 채 안 돼 IPO를 성사시키는 보기 드문 사례로 남을 전망이다.
매그나칩 측은 “과거 상장을 준비했던 경험이 있어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며 “무엇보다 사업구조의 안정성, 회사의 성장잠재력, 발전가능성 등을 인정받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상장 추진을 신속하게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매그나칩은 골드만삭스·바클레이즈캐피털·도이치뱅크증권 3개사를 주간사로 선정했으며 매각사는 시티그룹글로벌마켓·UBS증권 2개사다. 공모주식 수량 및 공모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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