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현상의 골프세상] 리샤프팅

 현재 적용되는 골프 규칙에 드라이버 헤드의 반발계수가 0.83을 넘지 말아야 하고, 헤드의 크기는 460㏄를 넘지 말아야 한다. 이 점이 골프 클럽업체의 고민이다. 드라이버 판매의 핵심은 비거리인데 거리가 멀리 나간다는 광고를 하기가 어렵다 보니 판매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골프 클럽업체가 눈을 돌린 분야가 샤프트다.

 사실상 드라이브 샷 거리에 영향을 주는 세 가지 핵심 요소는 골퍼의 스윙 스피드와 헤드의 반발계수 그리고 샤프트의 성능이다. 그런데 스윙 스피드는 골퍼의 운동 능력에 고정된 변수고, 반발계수는 최대 0.83으로 묶였고, 오직 남은 분야가 샤프트 성능뿐이다.

 이 때문에 재미를 보는 곳은 일본 샤프트업체다. 롬박스 샤프트로 유명한 일본의 후지쿠라, 디아마나 시리즈로 유명한 미츠비시 샤프트, 그리고 그래파이트 디자인이 고성능 샤프트 붐을 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그래파이트 디자인의 투어 AD와 후지쿠라의 롬박스 샤프트는 대표적인 고성능 샤프트로 유명하다.

 주변에서 샤프트를 바꾸고 나서 재미봤다는 얘기를 많이 듣던 터라 나도 그 중 한 종류의 샤프트로 바꿔봤다. 헤드는 전에 쓰던 그대로고 샤프트만 바꿨더니 비용은 35만원 정도가 들었다.

 전반 9홀을 돌면서 일곱 번의 티샷을 했는데 샤프트의 성능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 후반이 시작됐다. 후반 첫 홀부터는 몸도 풀렸고 샤프트의 성능에 믿음이 갔기 때문에 평소의 스윙으로 돌아와 전력으로 티샷을 때려냈다.

 홈 코스에서의 라운딩이라서 이 홀에서 티샷을 때리면 전면에 있는 벙커에 10m쯤 모자라는 지점에 떨어지곤 했는데 이번에는 벙커에 바로 들어가버렸다. 15m 정도 더 날아갔다는 말이다. 그 다음 홀도, 또 그 다음 홀도 티샷은 평소보다 10m 정도 더 나갔다. 스코어도 5스트로크가 줄어들었다. 방향성도 전에 쓰던 드라이버에 비해 그리 나쁜 편이 아니었다.

 그날 라운딩이 끝나고 동반 플레이어들과 의견일치를 볼 수 있었다. 드라이버를 통째로 바꾸는 것보다는 자기 스윙에 맞는 샤프트만 바꾸는 것이 더 나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