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ML, 규제가 아니라 기회다

 자금세탁방지(AML) 규제는 테러나 불법 활동에 사용되는 자금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만든 국제조약이다.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2001년 금융정보분석원을 설립하고 금융사로부터 자금세탁 혐의거래에 대해 보고를 받도록 하고 있다. 이후 이를 법적 의무화까지 시행해 AML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자금세탁방지국제기구(FATF)에도 가입했다. 따라서 자금거래가 일어나는 전 금융사와 카지노 업체는 모두 AML을 갖춰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ML은 아직 우리나라에게 낯설은 규제다. 금융사에서 근무하는 사람조차 AML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도 있다. 심지어 금융사 최고정보책임자(CIO)가 자사에 AML시스템이 갖춰쳐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AML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AML 제도를 갖추기 위한 경영진들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부 외국계 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금융사 경영진들은 AML 제도를 비용만 발생시키는 부담으로만 여기고 있다. 이로 인해 대형사를 제외한 중소형 금융사는 모두 규제를 준수하기 위한 형식적인 대응으로만 이뤄지고 있다. 어떤 금융사는 AML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 프로세스만 AML 제도에 맞춘 경우도 있다. 여전히 수작업으로 자금세탁 혐의거래를 보고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인력 부족이다. 대부분의 금융사들은 AML 전문인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내 AML 전문인력이 미비한 것도 원인이지만, 고임금의 전문인력 채용을 꺼리는 금융사의 탓도 있다. 실제 자금세탁 모니터링 업무는 파트타임 근무자들에게 수행하도록 하는 금융사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사들은 혐의거래의 진정성을 파악해 보고하기 보다는 특정 규칙에 의해 걸러지는 모든 거래를 혐의거래로 보고하고 있다.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되는 혐의거래 건수는 매년 2배 이상 급증했지만, 보고 질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금융정보분석원 혐의거래로 보고된 건에 대해 우수보고와 미흡한보고를 찾아 내 해당 금융사에 피드백을 하는 제도도 도입하려 하고 있다.

 AML은 금융사에게 부담을 주기 위해 시행되는 제도가 아니다. 오히려 금융사의 신뢰도를 높이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국내 금융사들이 보다 활발하게 시장을 넓혀 나갈 수 있는 하나의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영진들이 AML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

 신혜권기자 hk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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