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프로세스혁신 사례 - 포스코 PI 사례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포스코의 PI 기간 중 실적 변화

 1968년 변변한 기술도 자본도 없는 상태에서 포항의 불모지에 용광로가 세워지고, 여기에서 붉은 쇳물을 쏟아내기 시작한 것에서부터 포스코 신화는 시작됐다. 국내 최초로 조강 능력 103만톤의 1기 설비가 준공된 이래 지속적인 설비효율화와 생산성 향상을 통해 포스코는 현재 연간 3400만톤의 조강생산을 자랑하며 세계 4위 철강회사로 우뚝 섰다. 한때 세계 1위 자리에 오르기도 했지만 선두 업체들 간 인수합병(M&A)과 중국 철강업체들의 도약 등으로 최근 글로벌 순위에서 다소 밀려난 상황이지만 단일제철소의 고로량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미국의 철강전문 분석기관인 월드스틸다이내믹스(WSD)에 따르면 2002년부터 지금까지 포스코는 종합경쟁력 순위에서 항상 1∼2위를 항상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포스코 신화의 중심에는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는 프로세스혁신(PI) 활동이 자리잡고 있다.

 ◇‘스승’ 신일본제철을 넘어서다=포스코는 1999년부터 시작해 최근까지 10년 넘게 PI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철강업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고 경영환경이 급변하면서 포스코의 PI 활동은 매 2∼3년 단위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철강업체 간 M&A가 활발하게 진행됐고, 중국 철강업도 매년 급성장해 지각 변동이 심했다. 국내에서는 포스코 최대 고객이었던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체적으로 용광로를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안팎으로 무한경쟁이 본격화됐다. 이에 포스코는 ‘변화해야만 하는 상황이 오기전에 미리 변화해야 한다’라는 기치 아래 대대적인 IT 기반의 혁신활동을 단행했다.

 포스코의 혁신활동은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등 경영혁신 인프라를 구축했던 PI 1기 △1기의 연전선상에서 6시그마 도입과 생산관리시스템(MES),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 등을 구축한 PI 2기 △일하는 방식의 변화를 핵심 과제로 추진한 혁신 3기(PI 2기가 끝난 후부터 PI라는 개념을 빼고 혁신이라고 지칭함) △기존의 혁신 작업 고도화와 함께 그 성과물을 계열사로 확대 적용하는 혁신 4기로 요약할 수 있다.

 포스코의 혁신 활동은 단순히 정보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술이나 인프라 혁신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직원들의 사고방식이나 프로세스까지 망라한 총체적인 혁신 활동으로 유명하다. 특히 혁신 활동들의 성과가 경영 성과에도 그대로 반영되면서 지난 10년동안 꾸준하게 국내 기업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인봉 전 포스코 최고정보책임자(CIO)는 지난해 CIO BIZ+와의 인터뷰에서 “직원 수는 오히려 줄어든 상황에서, 설비도 크게 증설하지도 않으면서 조강생산량을 급속도로 늘일 수 있었던 데는 PI 활동의 기여가 컸다”며 세계 철강 산업 최초로 PI를 추진해온 것이 지금 포스코의 경쟁력과 밀접하게 연관된다고 강조했다.

 포스코가 철강 제국이었던 일본의 대표 기업인 신일본제철을 제칠 수 있는 것도 초기 PI 작업들의 공헌이 컸던 것으로 내부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직 규모면에서는 신일본제철과 큰 차이가 없지만 영업이익률과 같은 경영 성과 면에서는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특히 포스코의 PI 1∼2기가 끝난 뒤인 2005년부터는 이러한 차이가 더 벌어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WSD의 종합경쟁력 순위에도 포스코는 항상 1∼2위에 선정됐지만 신일본제철은 10위 안에도 들지 못했다. 신일본제철로부터 철강 기술을 배웠던 포스코가 이처럼 짧은 기간에 글로벌 철강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 가장 큰 동력이 바로 지난 10년간의 지속적인 혁신 활동인 것이다.

 ◇직원 줄어도 매출·이익 지속 상승=포스코가 WSD로부터 종합경쟁력 1위라는 영예를 안게된 것은 2002년부터였다. 2001년 7월 ERP를 가동한 후 다음해부터 사실상 PI 1기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 당시 PI 작업을 통해 주문 접수부터 제품 인수까지의 기간을 기존 30일에서 14일로 대폭 단축시켰고, 제품 재고량도 100만톤에서 50만톤으로 50%나 줄였다. 또한 판매생산계획 수립도 PI 이전에는 60일이 걸리던 것을 15일로 획기적으로 단축했으며 6일 걸렸던 월 결산 소요일 수도 하루로 줄였다. 이러한 성과는 경영 성과로도 이어졌다. 2002년까지 11조원대에 머물렀던 매출이 2003년부터 14조3000억원으로 올랐다.

 특히 PI 1∼2기가 모두 끝난 시점인 2005년의 경우 처음으로 20조를 넘어서 21조6000만원을 기록했다. 2004년에는 매출액이 19조7000만원이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기간동안 조강생산량은 3000만톤으로 변함이 없었고 직원수는 2004년 1만9377명에서 2005년 1만9004명으로 줄었다는 점이다. 실제 이 기간동안 매출액 뿐 아니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도 모두 증가했다.

 이러한 경영 성과를 낳게 한 PI 2기에 포스코는 6시그마 경영혁신으로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했다. 이 결과 백만 기회당 결함수를 나타내는 DPMO가 적용 전에는 30만8537이었던 것이 적용 후에는 1만724로 95%이상 개선됐다. 포스코측의 자료에 따르면 6시그마 도입을 통해 2005년 467억원의 비용을 투입해 7308억원의 재무 성과를 얻었고, 2006년에는 425억원을 투입해 7849억원의 재무 성과를 올렸다.

 포스코 PI 활동의 저력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포스코는 PI 2기에 이뤄진 6시그마의 도입에는 합격점을 줬지만 체질화는 미흡하다고 판단, 포스코에 더 적합한 업무 혁신방식을 찾기 시작했다. 무겁고 어려운 ‘툴셋’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마인드셋’에 의해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

 2006년 이구택 포스코 회장도 신년사에서 “글로벌 포스코에 걸맞는 조직역량이 필요하다. 경쟁자보다 우월한 우리 고유의 일하는 방식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혁신 3기가 바로 전략 중심의 6시그마와 일상 낭비제거 중심의 QSS와 BPM을 융합시킨 포스코형 6시그마 모델인 ‘PSSM’이 탄생된 시기다. 이 당시 포스코는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모든 업무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최적화하는 작업을 추진했으며, 학습동아리를 통해 낭비리스크들을 공유해 과제화하는 작업들을 추진했다. 실제 학습동아리의 활동 내역을 살펴보면 국내 어떠한 기업도 쫓기 힘들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혁신 3기 작업이 마무리될 때쯤인 2008년, 포스코는 눈부신 성장을 일궜다. 매출액 30조6420억원을 달성했고, 영업이익도 전년보다 51.8% 늘어난 6조5400억원, 순이익은 20.9% 늘어난 4조4470억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동안 철강시황 호조세와 함께 자동차강판, 전기강판 등 전략제품 중심의 판매량 증가가 매출액을 늘린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포스크측은 기존 고로 및 제강공장의 생산성이 크게 높아졌고, 학습동아리를 통해 활성화된 원가절감 노력이 크게 기여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포스코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지난해부터 혁신 4기 활동을 시작했다. 혁신 4기는 지금까지의 혁신 작업들을 한층 더 고도화하는 동시에 포스코 뿐 아니라 포스코 관계사에 포스코의 혁신 성과와 노하우를 확대 적용해 나가는 것이 목표다. 올해까지 포스코는 각 계열사의 IT인프라 통합에 나선다.

 포스코는 이처럼 혁신활동을 장기적으로,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이유로 최고 경영진의 추진력과 함께 혁신활동에 임하는 직원들의 적극적인 자세를 들고 있다. ‘나의 업무 기준은 내가 직접 만들겠다’는 혁신활동에 대한 임직원들의 주인의식이 지금의 포스코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