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이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에너지 자급률은 3%에 불과하고 석유·가스와 6대 광물 자주개발률도 각각 8.1%와 25.1%로 열악한 에너지빈국이다.
그 만큼 에너지 자립을 위한 노력은 눈물겹다. 작년에는 금융위기 등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2008년에 비해 약 14% 많은 67억달러를 해외자원개발에 투자해 해외 석유기업 인수 등 대형 프로젝트를 다수 확보했다.
해외자원개발협회에 따르면 주요 해외자원개발 기업들의 올해 투자금액은 사상 최대 규모인 120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공기업이 80억달러 이상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고 민간기업도 위축됐던 해외자원개발 투자를 39억달러 수준으로 지난해에 비해 3배 이상 확대할 전망이다.
가진 자원도 없는 상황에서 일궈낸 값진 성과이기는 하지만 땅속 자원은 유한한만큼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곧 미래의 경쟁력이 된다.
이에 지식경제부는 지난 1월 기업들의 투자의지를 적극 지원하고 자주개발률을 제고하기 위해 해외자원개발 역량을 강화한는 방침을 세웠다.
이를 통해 범국가적 역량을 총 결집, 석유·가스 자주개발률을 ‘국가에너지기본계획’ 등에서 설정한 당초 2010년도 목표인 9.1%를 초과한 10% 이상으로 높인다는 계획이다.
◇민간 투자 필요=지경부는 우선 민간부문의 해외자원개발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부 및 국책은행을 통한 금융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예산을 마중물 삼아 민간 기업의 투자를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올해 해외자원개발 융자 예산의 85%를 민간기업에 지원하고 기존 탐사사업 위주의 지원에서 벗어나 개발·생산사업에도 융자를 지원하는 것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또 매장량 담보 융자(RBF)를 도입하고 해외 전문 금융기관과 공동 지원(syndicate loan)도 추진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자원개발펀드를 조성하기 위해 석유공사와 광물자원공사의 잔여 출자액 550억원을 바탕으로 총 5000억원을 추가 모집하기로 했다.
유망 자원개발 기업에 대해서는 여신한도를 지원하는 한편 출자지원 병행 등을 통해 국책은행의 해외자원개발 금융 지원도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올해 2조2000억원의 융자를 계획하고 있고 2013년까지 융자규모를 3조원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국산업은행도 자원개발 펀드에 2500억원을 출자하는 한편 투자자 모집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세제 지원도 확대된다. 해외자원개발 투자 배당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면제하고 설비투자 세액공제의 일몰 기한을 연장할 계획이다.
공기업과 민간기업 간 체계적 협력을 강화, 공기업 외에 다양한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코리아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형 프로젝트 확보를 추진키로 했다.
아울러 정상급 외교, 공적개발원조(ODA) 등을 통해 중남미·아프리카를 비롯한 자원부국과의 에너지자원 협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기업들의 유망 프로젝트 확보를 범정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한다는 것이다.
◇실질적 정부투자 있어야=업계의 시각은 조금 다르다. 정부가 민간 부문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마련, 추진한다고 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2008년부터 매년 2조원의 연기금을 해외자원개발사업에 투자키로 했으나 실제 투자 실적은 ‘제로(0)’다.
정부는 국민연금법 제102조 및 동법 시행령 제74조에 연기금으로 직접 투자하거나 펀드에 간접 투자하는 내용을 명시했다.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투자 근거는 제시했지만 실제 투자로 이어진 적은 없는 상황이다. 연기금으로 해외자원개발투자를 하기엔 제약 요인이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연기금으로 해외자원개발에 직접 또는 간접 투자 시 출구 전략 및 적정 수준의 투자원금을 보장하는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또 해외자원개발투자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고 투자 위험이 큰 것도 이유다. 국민연금법에 투자 근거는 있지만 국민연금 운용규정의 ‘기금대체투자’ 범위에 해외자원개발 투자가 제외돼 있기도 하다.
투자 전문가도 부족하고 외국 컨설팅 기관의 평가자료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다. 당연히 매장량 평가나 사업 타당성 분석, 사업성·기술성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기 힘들다.
국정 감사나 감사원 감사를 의식해 책임있는 투자 의사결정을 하지 못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필요한 자원 조달을 위해 조성하는 펀드도 부실하다. 올해 투자 전망액 122억달러 중 39억달러(약 4조3000억원)를 민간에서 끌어모아야 하는데 지난해와 올해 펀드 규모를 합쳐야 1조원 정도에 불과하다.
세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법인세와 소득세 공제기간을 연장하는 것도 지경부의 의지대로 될 지는 두고봐야 한다. 지경부는 올해로 끝나는 일몰기한을 2012년으로 늘린다고 하지만 부처간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 유동적이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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