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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중국 장춘에서 IT포럼이 열렸다. 필자는 포럼에 참가해 ‘중국을 넘어 세계로’라는 제목으로 기조강연을 했다. 행사에 참석했던 장춘 시장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시장을 줄테니 한국의 IT를 달라”고 했다. 한국은 대중국 무역교역 수출입 1위 국가다. 중국 시장에 첨단제품을 수출해야 무역수지 흑자가 나며, 저렴한 제품이 수입 돼야 국내 소비시장이 움직인다.
포럼이 끝난 후, 중국 연변 도문시에서 조선족 장애우와 고아들에게 IT교육 봉사를 마친 대학생들과 함께 흑룡강성 수도인 할빈시의 안중근 기념관을 방문했다. 마침 올해는 안중근 서거 100주년 이어서 감회가 남달랐다. 안중근은 사형언도를 받은 후 여순감옥에서 자신의 자서전을 비롯해 3권의 책을 썼다. 하지만 ‘동양평화론’이란 책은 서론만 쓴 채 처형당해 미완으로 남아있다.
북한은 이미 오래전부터 오는 2012년까지 강성대국을 이루겠다고 선언했다. 현대의 강성국가는 ‘주체’만 내세우는 군사국가가 아닌 국부를 축적한 경제대국이어야 한다. 북한이 오랫동안 문호를 걸어 잠그고 있는 사이 한국은 지난 60년간 꾸준히 외국기업에 시장을 개방, 기술개발과 해외 수출로 차곡차곡 국부를 높였다. 북한도 한국에서 과학기술과 대외 개방하는 방법을 전수 받아야 생존과 번영의 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북한에 영어 열풍이 불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교육성이 영국정부 산하 영국문화원을 통해 2002년부터 영어강사를 받아 들였고, 영미권 민간단체들은 북한 요청에 의해 영어강사를 파견하고 있다. 북한 고위간부들은 아이들에게 고액의 외국어 사교육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영어 열풍은 외부 세계를 향한 엘리트들의 욕망과 미래를 대비하겠다는 나름대로의 대책으로 보여진다. 북한 엘리트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개방될 것이며, 이때 외국어 지식이 무엇보다 요긴할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음을 영어 열풍이 보여주는 것이다.
북한이 영어 등 외국어가 뛰어난 우수 인재를 양성하려면 아주 손쉬운 방법이 있다. 영어교육을 e러닝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북한의 광통신망인 ‘광명’에 e러닝 콘텐츠를 실어 교육을 하면 많은 학습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교육용 콘텐츠는 한국이 제공할 수도 있다. 이는 북한의 개방을 돕는 동족의 배려이기도하다.
미국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센타 피터펙 연구원은 “북한 소득수준을 한국의 80%로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향후 30년간 통일비용이 최대 5조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한 적이 있다. 남한 사람만 이 비용을 부담한다면 1인당 최소 4만달러가 드는 막대한 돈이다. 통일에 드는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중국 시장에 북한과 동반 진출해야 한다. 한국의 첨단 과학기술과 북한의 우수 인재가 접목되면 중국 IT시장에서 인정받고 외화 획득이 가능하다. 이는 동북아 평화를 가져오는 길이기도 하다. 안중근 서거 100년을 맞는 올해, 미완성이 되어버린 동양평화론을 남북한 IT협력으로 신평화론을 달성하는 우리 한민족이 됐으면 한다. 물론 여기에는 북한이 개방이라는 대문을 활짝 열어 젖혀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북한이 개방되면 안중근 선배(?)가 못 이룬 동양평화론을 후손인 우리들이 신동양평화론으로 승화시킬 수 있을텐데 아쉽기만 하다.
최성 남서울대학교 컴퓨터학과 교수 sstar@ns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