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차만별인 교육의 질, 로봇이 해결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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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초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로봇 연구 총괄 책임자가 독특한 사업계획서를 들고 교육과학기술부 유아교육지원과를 찾았다. 일명 ‘로봇(R)러닝’ 시스템을 유치원에 보급시키기 위한 계획서였다.

 로봇이 일반인들의 삶에 깊숙히 보급되기 위해 수요처인 공교육 기관을 직접 공략해보자는 접근이었다. 전략은 주효했다. 지난해 말 교과부가 발표한 유아교육선진화 방안에 R러닝 시스템 보급 계획이 포함됐다. 오는 2013년까지 매년 수백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전국 8000여개 유치원에 보조교사인 로봇이 보급된다.

 이같은 발상의 전환은 오상록 KIST 로봇·시스템본부장에게서 비롯됐다. 오 본부장은 과거 정보통신부의 로봇 진흥 정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공급자 중심 로봇 대중화의 한계를 누구보다 뼈저리게 체험했다. KAIST에서 논문을 쓰던 시절부터 치면 벌써 28년째 로봇과 함께 한 그가 체득한 가장 값진 교훈도 로봇에 대한 ‘오해’를 깨달았다는 점이다.

 “정통부 지능형 로봇 PM과 국민로봇사업단장을 거치면서 산업 육성 방안 도출과 100만원대 국민 로봇 개발 등 무수한 노력을 기울였지만 시장은 더디게 열렸습니다. 바로 로봇이 제품으로서 갖는 가치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로봇을 잘 만들어야겠다는 일념은 강했지만 정작 사용자에게 이를 공급했을 때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2008년 정통부가 해체된 뒤 KIST로 돌아온 오 본부장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한 로봇 육성책에서 무엇을 놓쳤는지 고민을 시작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두 가지다. 고객 측면에서 로봇의 가치를 만드는 ‘밸류에이션(Valuation)’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서비타이제이션(Servitization)’이다.

 오 본부장은 “수요자 입장에서 유치원 교육의 문제가 무엇이며 이를 로봇이 해결할 수 없을까라는 질문부터 다시 던져봤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 정식 교과서가 없어 교사들이 일일이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 번거로움과 전국적으로 유치원 교육의 질이 천차만별인 현실을 로봇이 해소해줄 것이라는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는 “단순히 로봇을 유치원에 집어넣자는 발상이 아니라 첨단 기술의 도움으로 유아 교육을 바꾸자는 것”이라며 “교사는 로봇 덕분에 학생들과의 정서적 교감 기회가 늘어나고 학부모들도 양방향 시스템을 통해 안심하고 아이들을 유치원에 맡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꿈은 단순히 유치원에 머물지 않는다. 체계적인 교육 영향성 평가를 통해 공급 대상을 초등학교로 확대하고 궁극적으로는 R러닝 시스템의 해외 수출까지 꿈꾼다. 30년 가깝게 키워온 오 본부장의 로봇 대중화 열정이 결실로 활짝 꽃필 날이 멀지 않았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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