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청운중학교에서 컴퓨터를 가르치는 이은경 교사(35세)는 요즘 속상하다. 교육과정 개편으로 정보·컴퓨터 과목 선택률이 낮아지고 창의력을 길러주는 질 높은 컴퓨터 교육을 뒷받침해줄 환경이 열악한데다 교사들의 의욕이 저하되는 악순환 고리가 견고하기 때문이다.
이 교사는 “국가적으로 ‘컴퓨터는 비주류 과목’이라는 인식이 너무 뿌리 깊다”며 “이를 개선하지 않고서는 컴퓨터 교육의 미래가 없다”고 토로했다.
정보·컴퓨터 과목 홀대가 학교 현장의 컴퓨터 교육 고사는 물론이고 장기적으로 창의적인 인재 양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됐다. 이미 일선 학교와 대학 관련 학과 등 현장에서 현실로 나타났다.
주요 과목 위주로 교과과정이 개편된 이후 가정·교련 등을 가르쳤던 교사가 짧은 기간 연수를 받아 컴퓨터를 가르치는 비전공 교사(상치교사)가 늘고 있다. 다른 ‘부전공’과 달리 컴퓨터는 ‘누구나 편하게 가르칠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이 같은 현상을 부추켰다. 제2 외국어나 한문 등 다른 과목에 비해 비전공자 비율이 월등히 높다.
2007 교육과정 개편으로 정보 교과서는 알고리듬 등 창의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개선됐지만 비전공 교사들이 많아 이를 제대로 소화할 전문성이 떨어지는 실정이다.
정작 컴퓨터 교육을 전공한 교사들은 갈 곳이 없다. 새롭게 컴퓨터 교과목을 개설하는 곳이 거의 없다보니 임용고사에서 신규로 선발하는 ‘정보’ 교사 인원은 지난 2008년 25명에서 2009년 13명, 2010년에는 불과 4명으로 줄었다.
사범대학의 컴퓨터 교육학과도 문을 닫는 추세다.
한국컴퓨터교육학회에 따르면 한양대와 목포대가 지난 2007년 컴퓨터교육학과를 폐지했으며, 대구가톨릭대도 최근 학과를 폐지했다.
김영식 한국컴퓨터교육학회장은 “이들 학교 외에 현재 추가로 서너 학교에서 컴퓨터교육학과 폐지를 검토 중”이라며 “임용고사 선발만 해도 10년 전 경기도에서만 컴퓨터 교사를 240명 뽑았던 것을 고려해보면 올해 네 명은 사태의 심각성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수치”라고 말했다.
현장 교사들은 컴퓨터 교육의 선순환 고리를 만들려면 비주류 과목이라는 인식부터 하루빨리 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운중 이 교사는 “컴퓨터 시간이 단순히 인터넷으로 대충 게임만 하는 시간이라는 인식 자체를 바꾸기 위해 개정 교과과정에 맞는 교실 환경 지원과 전문성을 갖춘 교사, 지원 제도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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