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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 우리 주변에서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많았다.
2009년 겨울 북반구 나라들이 폭설로 고통 받고 있을 때 남반구는 폭염으로 인명 피해가 속출했다. 가장 최근의 아이티 대지진은 수많은 인명을 앗아 간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처럼 최근 들어 끊이지 않는 자연재해의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또 기후변화를 초래한 주된 원인으로 온실가스, 특히 이산화탄소가 지목되고 있다. 스웨덴의 유명한 과학자 아레니우스는 이산화탄소 배출이 두 배 증가하면 지구 온도가 5∼6도 상승할 것이라고 이미 오래전인 1896년에 예측했다. 해수면의 상승과 극지방의 빙하가 녹는 현상 등은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결과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 우려되는 것은 폭염과 폭설·태풍·해일 등과 같은 자연현상이 인류의 생명을 위협할 만한 규모로 증폭되고 있다는 것이다. 아레니우스의 경고를 좀 더 일찍 받아들였다면 우리는 지금쯤 기후변화에 잘 대응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온 세계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앞에 놓인 이 거대한 문제는 어느 한 국가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가 합심해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어떻게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모든 에너지원을 근원적으로 차단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어쩌면 가장 빠른 문제 해결 방안일 수 있지만, 우리가 다시 원시사회로 돌아갈 수 없다면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다면 이산화탄소를 줄여나가는 방안이 옳을 것이다. 저탄소 배출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녹색기술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저탄소 녹색기술’ 은 인과관계가 잘 설명되는 표현이다.
녹색기술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거나 최소화된 기술을 포함할 것이다. 예를 들면 전기를 발생시키는 방법으로 석유의 연소로부터 얻은 열에너지를 이용해 물을 가열하고 수증기로부터 터빈을 돌려 전기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기술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녹색기술이라고 할 수 없다. 반면 바람을 이용해 풍차를 돌려 얻어지는 전기에너지는 탄소 배출이 없기 때문에 녹색기술이 된다.
아침에 눈을 뜨면 마주치고 하루 종일 우리주위에 함께 있는 햇빛은 녹색기술의 훌륭한 에너지원이다. 햇빛을 받으면 전기에너지를 만들어 내는 태양전지는 대표적인 녹색기술이다.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태양전지 제조업체와 국토 여기저기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소는 녹색기술의 필요성을 잘 말해주고 있다. 화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2차전지, 수소연료를 전기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연료전지처럼 태양전지도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꿀 수 있는 에너지 변환 장치다.
에너지 변환을 얼마나 잘 할 수 있는가는 효율로 평가한다. 현재 판매되고 설치되는 태양전지의 대부분은 실리콘 물질을 이용해서 만든 실리콘 태양전지로서 실험적으로 최대로 낼 수 있는 효율은 25%다. 효율 면에서만 보면 매우 우수한 기술이다. 전기를 생산하는 가격까지 저렴하다면 금상첨화다. 최근에는 1W당 2달러 정도로 많이 싸졌지만 화석연료로부터 얻는 전기를 사용하는 요금보다는 그래도 아직 많이 비싼 편이다. 그래서 태양전지는 효율뿐만 아니라 가격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 저가의 태양전지 기술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학의 마틴 그린 교수에 따르면 효율이 급격히 높아지면 가격도 싸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발전단가가 싼 태양전지 기술이 과학자들에게는 구미가 당긴다.
가격경쟁력 있는 기술로 염료감응 태양전지가 있다.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나노기술과 광합성 원리를 이용한 차세대 태양전지로서 제조단가가 싸면서 투명하고 다양한 색상까지 연출 가능하기 때문에 전기를 발생하는 태양전지 본래의 기능에 예술적 측면이 융합된 기술이다. 실리콘 태양전지에 비해 보다 폭넓은 분야에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염료감응 태양전지는 효율이 11% 정도로 효율 면에서만 본다면 실리콘 태양전지보다 나을 수 없다. 효율 자체에 무게를 두지 않는다면, 즉 효율의 절대값보다는 외관을 중시하는 제품 또는 적은 소비전력의 응용제품에는 당장이라도 적용 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염료감응 태양전지 시장 규모에 관심이 있다면 반드시 효율을 증대시켜야 한다고 생각된다.
태양전지 효율에 대해 1961년 쇼클리(Shockely)와 퀘이저(Queisser)라는 두 물리학자가 반도체 이론을 적용해 태양전지 효율의 한계는 30%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후 집광기술 등을 적용해 효율 40% 이상의 태양전지 기술이 등장했다. 많은 학자들이 태양전지 효율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조사한 결과 양자점 기술과 다중전자 발생 기술을 융합하면 60% 이상도 가능하다고 보고했다. 하지만 아직 이론일뿐 누구도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이 이론이 사실이라면 에너지 변환 녹색기술에서 하나의 큰 기술혁명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꿈의 녹색기술로 전 세계 전기에너지 수요를 모두 감당하게 되는 날도 기대된다. 나는 이 초고효율 태양전지 기술이 우리나라에서 개발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노벨상도 함께 가져오기를 바란다. 그래서 녹색기술에 거는 기대는 작지 않다.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 npark@skku.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