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희소금속 확보에 전 세계가 나섰다.
전기자동차·LCD패널의 투명 전극, 발광 다이오드 등 신소재·첨단산업 분야에서 그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매장량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일부 국가에 편재돼 있어 희소금속 생산국가의 수출 제한 또한 가속화되고 있다.
희소금속의 수급이 중요한 문제인 우리나라도 이제는 전략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늘어나는 수요, 어려워지는 확보=희소금속은 이름 그대로 수요에 비해 매장량이 부족하고 추출이 어려운 금속으로 매장 및 생산이 일부 국가에 몰려 있어 공급이 어려운 금속을 지칭한다.
우리나라는 희소금속의 자급률이 낮다. 이 때문에 리튬·마그네슘·니켈·타이타늄·백금 등 총 35종(56개 원소)을 희소금속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최근 리튬·크로뮴·망간·몰리브덴·코발트·텅스텐·인듐·희토류·마그네슘·타이타늄을 10대 희소금속으로 지정, 특별 관리하고 있다.
희소금속이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LCD·LED 등 디스플레이와 반도체·2차전지 등 신소재·첨단산업 분야의 성장에 따라 그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는 지난해 녹색기술산업·첨단융합산업 등의 신성장동력 산업과 로봇응용·LED응용·시스템반도체·차세대 디스플레이·그린카 등이 포함된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어 이들 산업과 관련된 희소금속에 대한 공급문제는 우리나라의 차세대 기술발전을 위해 중요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희소금속 자급률은 현저하게 낮은 상황이다.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광산물 수급현황에 내수규모가 큰 8대 희소금속 광물 중 니켈·코발트·크로뮴·텅스텐·백금 등의 자급률은 0%다. 희소금속 가운데 자급률 50%를 웃도는 광물은 73.7%의 자급률을 보이는 타이타늄이 유일하다.
최근 5년간 희소금속 수입현황을 살펴보면 희소금속 전체 수입량은 2005년 206만9000톤에서 2009년 329만8000톤으로 1.6배 증가했다.
최근 글로벌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수입액은 절반가량 감소했지만 경기 회복 전망에 따른 수요 증가와 자원 가격의 급락을 이용한 중국·일본의 확보 경쟁으로 희소금속 가격은 다시 상승하고 있는 추세다.
특히 망간·타이타늄·리튬·마그네슘·희토류 등 주요 희소금속의 수입단가는 2005년에 비해 크게 상승했다. 더욱이 중국·남미국가를 비롯한 주요 희소금속 보유국가의 보호정책이 앞으로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돼 희소금속 가격은 앞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국가에 집중돼 있는 편재량과 우리나라의 높은 수입의존도를 감안했을 때 앞으로 희소금속 확보경쟁이 심화될 경우 안정적 수급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희소금속의 비축 수준도 아직 충분하지 못하다. 희소금속 비축 목표량(내수 2개월분) 기준으로 2008년 12월 62.7%에서 2009년 9월 기준으로 73.5%까지 늘어났으나 아직 충분한 수준은 아니다.
특히 내수 규모는 컸지만 자급률은 낮은 리튬·실리콘·코발트 등의 비축 실적은 50% 미만이다. 특정국가의 편중된 수입의존도를 감안하면 공급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쉽지 않다.
첨단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우리나라에 희소금속 수급 문제는 결국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하지만 여건은 만만치 않다.
우리와 비슷한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일본은 우리보다 한발 앞서 희소금속 확보와 가공기술 개발에 주력해 왔으며 중국은 막대한 희소금속 매장량을 무기로 관련 산업을 육성하는 한편 해외 수출은 점차 제한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일본, 그리고 한국=중국은 최근 첨단 산업과 관련해 주목받고 있는 리튬·희토류·몰리브덴과 같은 희소금속 생산량과 매장량에서 모두 세계 3위권에 든다. 우리나라의 희소금속 수입도 중국은 지난해 수입금액으로는 1위, 수입량에서는 3위를 해당하는 국가다.
중국은 과거 희소금속의 저가 공급으로 전 세계 공급시장을 장악했으나 최근 선진 기술 확보를 위해 희소금속의 수출을 점차 제한해 나가고 있다.
이른바 ‘자원 무기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중국의 최근 동향은 희소금속 수입에 있어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에는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중국의 자원정책은 관리 광종 지정-수출량 제한-세금조치-자국 광물 보호로 요약된다. 실제로 2006년 이후 수출관세 인상과 2007년 해외 기업의 채굴 금지를 거치면서 2년간 중국 수입단가는 망간 64.7%, 타이타늄 40.5%, 백금은 158.3% 상승했다.
일본은 이와 관련해 일찍부터 ‘희소금속 확보전략’을 마련,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희소금속 관련 기술을 이용해 자원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자원 희소국인 일본은 특히 폐가전제품이나 자동차로부터 자원을 활용하는 기술을 바탕으로 희소금속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은 마쓰시타 에코테크놀로지 센터가 지난 2008년 폐가전제품 중 재활용할 수 없는 혼합물을 소각하지 않고 금속만 회수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희소금속 재활용 기술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희소금속자원 재활용 기술이 부족해 헐값에 폐기물을 일본 등으로 수출하는 반면에 일본은 값싸게 사들인 폐기물에서 희소금속을 뽑아내 비싼 가격으로 다시 우리나라에 되팔 정도다.
지난해 희소금속 수입액 국가별 비중에서 일본이 중국에 이어 2위에 올라 있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희소금속 재활용 대책 마련과 함께 희소금속 관련 기술개발도 시급한 상황이다.
2003년에서 2007년 사이 우리나라의 희소금속 관련 특허 출원은 총 96건으로 연평균 30.9%에 달하고 있지만 같은 기간 일본의 특허 출원은 총 320건으로 우리나라보다 3배나 높다.
특히 이중 대체재 개발 관련 특허 출원은 전체 특허의 40%인 128건으로 (우리나라의 14배) 확보·재활용에 이어 대체재 개발까지 희소금속 관련 기술 선진국으로 앞서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요 희소금속 공급원 확보와 대체재 개발해야=해외자원 확보 및 재활용 기술 개발을 통한 희소금속 공급원확보가 선결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우선 해외 정부·기관·자본과의 합작 펀드 및 컨소시엄을 구성해 중국·일본에 비해 열세에 있는 경제 규모의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와 경제 규모가 비슷하고 희소금속 확보가 필요한 국가의 정부 및 자원 관련 기관의 컨소시엄 조성으로 경쟁력을 구축하고 국제 자원 개발 펀드를 조성해 해외 자본을 유치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우리나라 희소금속을 재활용 기술은 아직 도입단계에 있지만 관련 기업 및 기술 개발, 폐자원과 기술 거래에 대한 세제 지원 등 정부의 제도적인 뒷받침이 따른다면 활성화가 가능한 상황이다. 최근 도시광산으로 대변되는 희소금속 재활용 사업이 좋은 예다.
희소금속 매장량이 풍부한 북한과의 경제협력도 활성화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광물자원공사 등이 몰리브덴·텅스텐 등 각종 희소금속의 매량량이 풍부한 북한과 자원 공동개발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 또한 북한의 희소금속을 선정하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다.
희소금속의 소재화 기술 개발도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희소금속 소재화 기술이 부족해 일본으로부터 중간소재를 다시 수입하는 구조다. 폐기물 재활용 기술과 소재화 기술 모두 일본에 뒤져 있는 셈이다. 소재화는 대체재 개발에도 중요한 관문이다. 소재화 기술없이 대체재 개발은 요원하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kr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9년 주요 희소금속 국제가격 추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