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조마조마한 ‘SW 품질 불감증’

국내 제조업체들이 제품에 탑재되는 소프트웨어(SW) 품질 관리에 손을 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전자신문이 SW테스팅 전문업체 슈어소프트테크에 의뢰한 조사에서 열에 아홉이 SW 품질 관리에 무신경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요타가 SW 오류로 대규모 리콜 사태에 직면한 게 진짜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무엇보다 글로벌 기업을 표방하는 굴지의 대기업들이 대거 사각지대에 놓인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준다. 도요타 사태가 터졌을 때, 우리 기업도 자유롭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정말 기우가 아니었다는 말이다. 우리도 제2, 제3의 도요타가 될 ‘살얼음판’을 걷는 셈이다.

 ‘SW 품질 불감증’은 국내 제조업체들이 하드웨어(HW) 일류주의에만 연연하면서 예견됐던 문제다.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주요 제조업체들이 최근 들어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다양한 SW를 접목했지만 전문인력 확보엔 여전히 인색하다. 대부분 아웃소싱에 의존하다 보니, 품질 관리를 꿈도 꾸지 못한다. SW는 주력이 아니라는 게 여전히 상식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에서 이는 무척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여겨질 정도다.

 문제는 SW 품질 문제로 인한 제품 결함의 결과는 너무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휴대폰, 자동차, 선박 등 요즘 제조업의 생산비 가운데 SW 비중이 50%를 넘는 사례도 나올 정도다. SW에 문제가 생기면 제품 자체가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SW 경쟁력은 첨단 기업의 이미지와 직결된다. 도요타가 전자제어장치 SW 결함을 끝까지 인정하지 않고 단순한 가속페달 문제로 몰아가는 까닭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세계 최강 도요타의 추락이 우리 기업들이 그렇게 하찮게 여기는 SW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다시 되새겨야 한다.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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