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식의 부의 미래]빚 갚기가 불러 올 재앙

Photo Image

 국가 파산 직전까지 몰린 PIIGS(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문제로 각국의 주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향후 어떤 방향으로 미래가 전개될까?

 내가 보기에는 전 세계 공조가 다시 한 번 발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PIGS 사태가 핵폭탄으로 돌변할 가능성은 적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PIGS 사태는 각국으로 하여금 가능하면 빨리 재정적자를 줄여야 생존할 수 있다는 극심한 압박감을 주는 쪽으로 움직일 것이다. 물론 빚을 갚는 것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급격한’ 부채청산은 보호무역전쟁, 경기회복 둔화, 기업파산, 실업률 증가 등의 새로운 위기를 불러 올 가능성이 크다.

 누구나 다 알 듯이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 나라들이 과다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의 경우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를 넘었고, 미국도 의회가 부채한도 증액을 승인함으로써 가까스로 파산위기를 넘겼다. 우리나라도 정부, 공기업, 공적금융기관 부채가 700조원을 넘었다. 이런 과다 차입에 의한 압박과 PIIGS 사태로 인한 위기감은 각국 정부가 부채축소(Deleveraging) 쪽으로 정책을 시급히 옮기게 할 것으로 예측된다. 기업들은 미래의 불확실성과 부채압박에 대비하기 위해 현금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개인들도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대출이 크게 늘어나서 ‘부채축소’ 쪽으로 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직장인들의 절반 정도가 지난 연말 성과급을 빚을 갚는데 우선적으로 사용했다고 한다.

 문제는 이것이다. 개인이건, 기업이건, 국가이건 간에 부채율이 높아지면 파산 가능성이 커진다. 결국 부채상환 압력이 높아져 되어 부채상환을 서두르게 된다. 이는 한편으로는 재정건전성은 높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재정지출, 신규투자, 개인소비를 급격하게 줄이게 된다. 재정지출과 개인소비가 줄면 기업의 매출이 줄고, 전체 경기는 둔화되어 다시 소비감소와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가치 하락의 악순환이 온다. 이 과정에서 실업률은 회복되지 않고, 디플레이션의 가능성은 커지게 되어 기업부실과 금융권부실을 가중시킨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세계적으로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각국들은 자연스럽게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서게 되어 수출 중심국들의 어려움이 커지게 된다. 수출을 두 배 이상 늘리겠다는 오바마 선언, 미국 의회까지 나서는 도요타 리콜 사태, 대공황시절 대서양 간 마찰과 비슷한 미국-중국간의 환율 갈등, 무기수출 갈등과 반덤핑 관세부과 전쟁, 후발주자들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영국 중심의 새로운 금융규제의 표준 재정 움직임 등은 이런 맥락에서 해석해야 한다.

 향후 우리는 주요 국가들 간의 마찰과 갈등, 충돌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큰 요동을 치는 것을 종종 보게 될 것이다. 빚 갚기의 재앙은 향후 국가든 개인이든 전체 부채의 20∼25% 정도를 청산할 때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측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부채축소 현상이 6∼7년은 갈 것이고 초기 2∼3년은 큰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도 예측한다.

 이미 빚 갚기의 재앙은 시작됐다. 지금이라도 정부와 기업들은 수출대상국들의 부채축소 현상에 따른 충격에 대비해야 하고, 내수시장의 축소도 대비해야 한다. 개인들 역시 추가적인 자산가치 하락과 경직된 고용시장과 더딘 실물경기 회복을 대비해야 한다. 지금은 정부, 국회, 기업, 개인 모두가 한가하게 누구 탓만을 하며 싸울 때가 아니다.

최윤식 아시아미래인재연구소장 ysfuture@gmail.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