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Life]정차 시 엔진 자동 OFF `스톱-스타트` 기술

Photo Image

도심 지역의 교통 체증은 어느 나라나 심각한 수준이고 이에 따른 낭비도 만만치 않다. 서울의 경우 대기오염의 80%가 자동차에서 비롯된다. 이는 자동차 대수가 많아서이기도 하지만 정체가 심한 탓도 크다. 에너지관리공단에 따르면 자동차 공회전을 하루에 5분만 줄여도 연간 31만9008리터의 연료를 아낄 수 있다.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5000억원이 넘는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불리는 이산화탄소도 연간 101만 톤을 줄일 수 있다.

신호 대기 또는 주정차 때 공회전으로 낭비되는 연료의 양은 생각보다 많다. 이것만 줄여도 연비가 좋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때문에 요즘 각광받는 자동차 기술이 ‘스톱-스타트’다. 차가 멈춰 섰을 때 자동으로 엔진 시동이 꺼졌다가 출발할 때 다시 켜지도록 제어하는 이 시스템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들에 필수 사양처럼 포함돼 있을 뿐 아니라 일반 자동차들에도 급속도로 보급되는 추세다. 1980년대에 이미 상용화된 기술이지만 작동이 매끄럽지 않고 필요성이 부각되지 않아 사장돼 있다가 최근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연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성기를 맞고 있다.

요즘의 스톱-스타트 시스템은 운전자가 재출발을 위해 브레이크 페달에서 발을 떼는 순간 0.4초 만에 엔진 시동을 걸어주는 등 위화감을 거의 느낄 수 없고 적용범위도 예전처럼 소형 엔진에 국한되지 않는다. 제조사에 따라 ‘스톱&고’, ‘고-스톱’등 조금씩 다르게 부르는 이 시스템은 도심 주행 시 연비를 5∼10% 가량 높여주며, 정체가 심할수록 효과는 두드러진다.

재시동을 위해 사용되는 연료의 양은 차량에 따라 2∼7초 정도의 공회전에 소모되는 양과 비슷하기 때문에 그 이상 정차하는 경우에는 스톱-스타트가 효과를 발휘한다고 볼 수 있다. 극심한 정체에서는 미적용 차량 대비 연비가 15%나 올라간다. 이 때문에 스톱-스타트 자체를 ‘마이크로-하이브리드’라 부르기도 한다. 배터리 센서와 크랭크 센서 등 몇 개의 부품을 고치거나 더하고 빈번한 재시동에 대비해 시동모터를 강화하는 등 일부 개량을 거치는 것 외에는 기존 차량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기 때문에 가격 부담은 상대적으로 적다.

유럽에서는 이미 CO2 규제를 만족시키기 위한 필수 해법으로 자리 잡았다. 2008년 기준으로 유럽에서 스톱-스타트의 점유율은 5%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에만 적용 차종이 250만대이고, 2015년에는 1000만대에 달할 전망이다. 그리고 2012년에는 유럽 신차의 절반 이상이 스톱-스타트를 장착하게 된다.

현재 국내 시판 중인 차량 중 하이브리드카가 아니면서도 스톱-스타트 시스템을 적용한 모델로는 포르쉐 파나메라를 들 수 있다. 푸조 브랜드를 수입하고 있는 한불자동차는 내년부터 디젤 엔진에 이 기술을 접목시킨 ‘e-HDi’ 모델들을 적극 도입할 것이라고 최근 밝혔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유럽시장용 일부 모델에는 이 기술을 이미 적용하고 있다. 아직은 수동변속기용 시스템 위주로 보급되고 있지만 자동변속기용이 보편화 되면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유럽 외의 다른 시장들에서도 적용 차종이 늘어날 전망이다.

한상기 객원기자 hskm3@hanmail.net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