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출판업체들이 경쟁하는 미국 뉴욕에서 출판업의 미래에 대해 ‘감히’ 예언하는 전문가를 꼽는다면 리처드 커티스(Richard Curtis)다.
공상과학소설, 역사, 문학, 판타지 등에서 인기를 끄는 100여명의 작가를 관리하는 회사 대표이고, 1999년부터는 전자책을 펴내는 회사(E-Reads)도 운영한다.
그가 요즘 여러 매체를 통해 “조만간 세계적인 출판업체 한 곳이 대형 소매업체에 넘어갈 것”이라며 “예컨대 아마존이 랜덤 하우스를, 애플이 사이먼 앤 슈스터를 합병하는 식으로 전개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세계에서 둘째라면 서러워할 출판업체들이 소매업체에 넘어간다는 주장을 들으면 화를 낼 수도 있겠지만, 출판계는 그리 놀랄 일도 아니라고 말한다.
2003년 책 소매업체 반스 앤 노블이 스털링 출판사를 합병했고, 아마존은 최근 ‘성공하는 사람의 7가지 습관’으로 유명한 스티븐 코비 출판사를 사들였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한 술 더 떠 창의공간(CreateSpace)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해 스스로 출판하는 작가들을 아마존으로 빨아들이고 있다. 내용만 재미있다면 작가가 누구든 출판하겠다는 것이고, 전자책의 형태로 끝도 없이 생산하겠다는 전략이다.
리처드 커티스는 대형 소매업체들이 막강한 구매력과 새로운 출판기술을 무기로 책 가격을 마음대로 조절하기 때문에 출판업체들은 소매업을 시작하든지, 대형 소매업체에 합병되든지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영국 최고의 출판사 하퍼 콜린스의 자회사, 5th Estate는 ‘2025년 출판업의 미래’라는 프로젝트를 가동하면서 대응방안을 모색한다.
5th Estate는 작가들과 책 편집자들이 의견을 주고받는 블로그인데, 2010년 들어 미래의 출판을 화두로 올려놓고 미래연구에 열을 올리고 있다. 블로그에 올라온 글 중 눈에 띄는 출판계의 2025년 모습을 요약하면 이렇다.
#1. “2000년에 태어난 내 딸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종이로 된 책은 한 권도 사지 않는다. 대신 스마트 폰 단말기로 논픽션 서적에 관한 정보를 업데이트하면서 동영상을 보거나 글자를 읽는다. 특히 영어와 중국어로 동시에 볼 수 있는 논픽션 보는 데 맛을 들였다.”
#2. “2025년 서른을 넘긴 내 조카는 독서그룹을 만들어 공통의 관심사를 나눈다. 이들은 국적도, 문화적 배경도 다양한데, 만나서 책 내용을 비평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내용을 공동 창작한다. 녀석은 요즘 스스로 만든 스토리에 푹 빠져 산다.”
영국인들이 그린 미래의 독자 이미지를 요약하자면 이들은 3T에 몰입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어떤 책이든 독자 스스로의 언어로 번역하고(Translate),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자신의 생각을 공유하고 확산하며(Transfer), 책의 내용을 원하는 대로 재창조(Transform)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와이미래학연구소 연구원 seongwon@hawaii.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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