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없는 콘텐츠는 사상누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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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콘텐츠는 21세기 지식경제 산업의 대표주자다. 창의성에 기반을 두고, 다양한 문화를 아우른다. 부가가치도 높다. 현 정부의 저탄소 녹생성장 기조와도 맞아 떨어진다. 고용 효과도 제조업에 비해 높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우리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세계 5대 콘텐츠 강국 실현’의 전초기지다. 이재웅 원장은 강단에서 정치 무대로, 다시 기관장으로 변신한 인물. 그는 콘텐츠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열겠다고 강조한다.

이 원장이 가장 말하는 콘텐츠 산업 육성 방안은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텔링은 말 그대로 이야기를 만드는 일이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어떤 콘텐츠로 만들어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좋은 스토리텔링은 만들기 어렵다. 정부도 최근 몇년 동안 스토리텔링에 정책적으로 투자해왔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누구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누구도 자신할 수 없는 스토리텔링의 해법을 이재웅 원장에게 들어봤다.

-스토리텔링은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의 아킬레스건입니다. 어떤 해법을 갖고 계십니까.

▲실마리는 결국 사람입니다. 젊고 우수한 인재가 스토리텔링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1인 창조기업 형식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스토리창작센터를 만들어 젊은 콘텐츠 역군들이 맘놓고 창의적 스토리를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성패는 누구를 뽑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아울러 누가 어떻게 이들을 가르치는지도 중요합니다. 최고의 전문가들을 모아 선발 기준과 교육 과정, 수행 과제 등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왜 하필 지금 스토리텔링입니까. 게임이나 캐릭터 등 성과가 나오는 개별 산업을 지원하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만화든 게임이든 애니메이션이든 모든 콘텐츠의 기본은 스토리텔링입니다. 이야기가 없는 콘텐츠는 사상누각입니다. 개별 산업 지원도 중요하지만 스토리텔링 문제가 개선되지 않으면 뿌리가 약한 나무에 불과합니다. 어렵더라도 콘텐츠 산업의 체질을 바꿔야 합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은 매우 우수하기 때문이죠.

-작년 4월에 취임하셨으니 곧 1년입니다. 그동안의 성과에 대해 살펴보죠.

▲125억원이라는 큰 금액을 투입한 국내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이 우선 기억에 남네요. 28억원을 들인 킬러콘텐츠 지원사업이나 콘텐츠 업체의 투자 문제 해결에 큰 진전을 가져온 완성보증지원제도 확대 역시 가시적 성과라고 봅니다. 해외 진출 측면에서도 좋은 성과가 나왔습니다. 부산에서 열린 지스타는 행사 자체도 성공적이었지만 무려 3000만달러에 달하는 수출 성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방송 콘텐츠 국제 전시회인 BCWW에서도 2000만달러를 웃도는 수출 계약에 나왔죠. 아울러 융합 환경 대비와 해외 진출 확대라는 전략 목표에 따라 기능중심의 조직 개편을 단행한 점도 의미있다고 봅니다.

-여러 기관이 통합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또 최근 조직개편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문화부 산하기관 중에서는 최초의 통합입니다. 다행히 지금까지는 큰 문제없이 꾸려왔습니다. 통합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가 적다는 일부의 지적은 오해입니다. 장르 별 지원이 줄어든다는 우려라고 봅니다만 오히려 합리적이고 강력한 지원이 가능합니다. 예산도 오히려 늘어나지 않았습니까? 조직 개편도 마찬가집니다. 장르에서 기능 중심으로 재편할 필요성은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이 성장 단계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해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콘진의 역할은 마중물을 지원하는 일입니다. 소액 다수의 지원이 아니라 현장 중심으로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지원이어야 합니다.

-콘텐츠 산업의 미래는 수출에 달려 있습니다. 이를 위한 청사진을 제시해주시기 바랍니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일례로 지원 대상을 고르는 심사위원을 교수 일변도가 아닌 해외 바이어나 국내 투자자 위주로 구성할 방침입니다. 미리 시장성을 파악해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면 파격적 지원이라는 모험을 시도할 생각입니다. 특혜시비도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그건 감수해야죠. 언제까지 남의 눈치 때문에 시간을 보낼 수는 없습니다. 실패하더라도 거기에 따른 비난은 감수하겠습니다. 이리저리 인심 쓰는 예산 집행은 쉽습니다. 예산을 받기 위해서는 사업을 늘려야 한다는 조언이 주변에서 나오는데 저는 반대로 사업을 좁혔습니다.

-선택과 집중은 듣기에는 좋은 말이지만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 대상은 무엇입니까.

▲특정 장르가 아닙니다. 창작 기반을 마련하고 만든 작품을 국내외에서 팔리게 만드는 일에 집중한다는 뜻입니다. 스토리텔러 양성에서 출발해 제작 지원, 해외 시장 개척 등 콘텐츠 기획에서 제작,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노하우를 쌓는 일입니다.

-가장 중요한 전략 수출 시장은 어디입니까?

▲미국입니다. 미국 시장을 열지 못하면 세계 시장 진출은 요원합니다. 가장 힘든 시장이지만 도전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한 코미디 영화’에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코미디는 그나마 문화 장벽이 낮은 분야입니다. 게다가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고 우리 기술 수준도 높은 편인 CG를 잘 녹여내면 좋은 작품이 나오리라 믿습니다. 현재 영구아트무비가 만들고 있는 ‘덤 마피아’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디 워’에서 얻은 해외 시장 노하우도 있고 해서 이번에는 좀 더 큰 성과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중국 시장도 중요하다는 의견이 높습니다. 중국 시장 공략 방안도 마련했습니까.

▲중국 샹저우(常州)시 정부와 콘텐츠 산업단지를 함께 만드는 협의를 진행 중입니다. 3년 동안 세금과 임대료가 면제되는 조건입니다. 더욱이 시 정부가 콘텐츠 유통에 필요한 허가를 보증하는 제도도 마련됩니다. 물론 우리 기술의 이전이 불가피하지만 중국은 우리가 아니라도 다른 나라에서 콘텐츠 기술을 얻기 마련입니다, 줄 건 주고 더 큰 걸 받아오자는 취지입니다.

-한콘진의 올해 화두를 정리해주시기 바랍니다

▲‘산업의 어울림과 세계로 두드림’입니다. 국내에서는 ‘기회의 열림’을, 해외에서는 ‘한국에 이끌림’을 실현하겠습니다.

<2010년 한국콘텐츠진흥원의 3대 프로젝트>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올해 중점 추진하는 3대 프로젝트는 ‘신화창조’와 ‘아바타’, 그리고 ‘장보고’다. 콘텐츠 진흥기관답게 이름도 톡톡 튄다.

신화창조 프로젝트는 한 마디로 창의적 인재 양성 프로그램이다. 창의적 인재가 우수한 콘텐츠 개발의 출발점이라는 판단에서 만들어졌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스토리창작센터 설립과 공모전이다. 창작센터는 말 그대로 젊은 스토리텔러 양성소다. 한콘진은 콘텐츠 분야의 ‘SADI(삼성디자인학교)’를 목표로 삼고 있다. 공모전은 총 상금 125억원에 달하는 국내 최대 시나리오 공모전이 대표적이다.

한콘진은 창의적 인재 양성을 일자리 창출로 이어간다는 청사진이다. 한콘진은 올해 신화창조 프로젝트로 2만3100명의 인재를 배출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콘텐츠 산업 고용 규모를 작년에 비해 5% 이상 늘어난 53만명으로 잡고 있다.

아바타 프로젝트는 콘텐츠 기술개발 사업이다. 최근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영화 아바타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초점은 CG와 3D 기술에 맞췄다. 뉴질랜드나 싱가포르 등 콘텐츠 산업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던 국가들이 탄탄한 CG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을 개척하는 모습을 타산지석으로 삼았다.

한콘진은 수출 지향의 CG 종합 지원 체계를 마련한다. 기술개발에서 장비, 제작비 등을 한번에 지원하는 방식이다. 한콘진은 아바타 프로젝트로 올해 국내 기술로 만든 3D 콘텐츠를 미국 시장에 진출시킨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헐리우드 외주 물량도 최소 3건 이상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장보고 프로젝트는 수출 전략이다. 미국과 중국을 전략 시장으로 정하고 그 시장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 발굴과 유통망 구축이 핵심 과제다. 스토리 창작에서 제작, 투자, 마케팅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원스톱 복합지원체계를 마련한다. 미국 시장은 6대 메이저 배급사와 전략적 제휴를 꾀하고 중국은 중앙 및 지방 정부와 합작사업으로 공략할 계획이다.

한콘진은 장보고 프로젝트로 콘텐츠 수출 증가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릴 예정이다. 또 우리 콘텐츠 산업의 세계 시장 비중을 3%에 해당하는 348억달러로 키운다는 목표도 세웠다.

<이재웅 원장은>

이재웅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1953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1973년 부산 동래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행정학과에 입학, 같은 대학에서 행정학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8년부터 부산 동의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했으며 1998년 교내 방송아카데미를 설립했다. 여기서 방송영상과 게임제작, 콘텐츠제작 기획자 등을 양성했다. 2002년에는 동의대학교 초대 영상정보대학원장을 역임하며 방송영상 전문인력 양성에 주력했다.

2004년 17대 국회의원에 당선, 문화관광위원과 방송통신특위위원으로 활동했다. 2008년 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방송통신 태스크포스팀장을 맡았다. 국회와 인수위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 ‘IPTV 서비스 도입법’ ‘지상파방송의 디지털전환특별법’ 제정 등 방송통신융합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다. 지난해 4월 16일 한국콘텐츠진흥원 초대 원장으로 임명됐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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