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영화보고, 스마트폰으로 정보를 찾고, 스마트폰으로 e메일을 보내며, 스마트폰으로 공부하는… 그야말로 스마트폰 세상이다.
국내에서 스마트폰이 첫 출시된 것은 2007년. 그때부터 지난해 말까지, 스마트폰 세상은 다소 멀게만 느껴졌다. 스마트폰 세상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제약조건이 너무 많았다. 스마트폰이 힘을 제대로 발휘할 만한 응용프로그램이 많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인터넷의 제약도 컸다. 하지만 아이폰과 함께 등장한 데이터 정액제 덕으로 스마트폰은 세상의 중심에 서게 될 만큼 엄청난 파워를 갖게 됐다. 인터넷 연결이 자유자재인 스마트폰만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마트폰이 중심에 놓여있는 세상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TvN의 남녀탐구생활 버전으로 풀어봤다.
오랜만에 대학 동창 모임에 나갔어요. 여기도 스마트폰, 저기도 스마트폰이에요.
그렇지 않아도 회사 직원들이 새로 산 스마트폰 자랑에 눈꼴시려울 정도인데, 여기도 마찬가지에요. 내 휴대폰은 요즘 스마트폰보다 더 비싸게 산 것인데, 거들떠도 보지 않아요.
한 친구가 아이폰을 꺼내요. 또 다른 친구는 옴니아2를 꺼내요.
이제 모토로이도 나온다는데, 아직 스마트폰을 구입하지 않은 한 친구가 모토로이를 사겠다며 있는 지식 없는 지식 다 털어놔요. 아직 나오지도 않았다는데 꼭 자기가 써본 것처럼 이야기해요. 저 친구는 원래 알지도 못하면서 아는 척 하는 게 특기였어요.
속으로 비꼬면서도 대화에 끼지 못하는 게 서러워요.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바꾸자니, 아직까지 약정기간이 너무 많이 남았어요. 약정만 끝나면 이 친구들보다 더 좋은 스마트폰을 사고야 말겠다고 다짐해요.
스마트폰 자랑은 애플리케이션 자랑으로 이어져요. 대학동창 모임인지 스마트폰 동호회 모임인지 모르겠어요. 아이폰을 갖고 있는 친구가 갑자기 자기 살이 좀 빠지지 않았냐고 물어요. 별로 그래보이지 않지만, 그냥 그렇다고 답해줬어요. 요가 애플리케이션으로 집에서도 요가를 따라한다고 자랑이에요.
성당과는 절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아이가 갑자기 성가를 보여줘요. 성가책이 있어도 성당에서는 스마트폰으로 악보를 보면서 성가를 따라 부른대요. 그럴 때는 정자세를 하고 손을 높이 올려주는 게 필수래요. 일 할 때 쓴다더니 이건 순전히 자랑하려고 산 것 같아요. 노래 안부를 때는 저걸로 게임이나 하고 있을 게 분명해요. 안봐도 비디오에요.
갑자기 오카리나 소리가 들려요. 자랑에 목청높이던 친구들이 놀라서 쳐다봐요. 환청인 줄 알았는데, 진짜 오카리나 소리예요. 한 친구가 휴대폰 스피커에 대고 부르는 데 진짜 오카리나 같아요. 신기하긴 신기해요. 저런 건 누가 만들었는지 몰라요. 할 일 없는 사람들이 많은 게 분명해요.
벌써 두 시간째에요. 아이폰 최고의 액세서리는 맥북이라는 이야기까지 해요. 미쳤나봐요. 맥북은 400만원이 넘는 울트라 초호화 노트북이에요.
일도 스마트폰으로 한대요. e메일 보내고, 인터넷 서핑은 기본이에요. 증권시세분석에 메신저도 쓰고 있어요. 명함을 정리한다는 스마트폰도 있어요.
1차를 정리하고 나갔어요. 또 다시 일제히 휴대폰을 꺼내 들어요. 맛집을 찾겠대요. 지도에서 맛집을 찾는다고들 야단이에요. 손으로 간단히 터치했더니 방향까지 알려줘요. 인터넷에 접속하더니 블로그 평과 가격까지 검색해요. 사람은 많지 않으면서도 음식은 맛있지만 가깝고 가격도 싼 집을 용케 잘 잡았어요.
2차도 무르익었어요. 계산할 시간이에요. 옴니아2를 갖고 있는 아이가 총무를 하겠대요. 자기 폰은 액셀을 쓸 수 있다고 또 자랑이에요. 술값을 나누고, 남아있는 회비까지 계산해서 N분의 1을 해줘요.
집에 가는 길에는 버스도 검색해줘요. 버스 시간도 알아내더니 너무 늦게 온다고 택시 타고 가래요. 저 사람들 스마트폰 없으면 어떻게 살았나 모르겠어요.
사람들만 이러는 게 아니에요. 휴대폰 회사나 통신회사는 더 가관이에요. 손해봐도 상관없대요. 세상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돌아가나봐요. 그 큰 통신사며 휴대폰회사들이 스마트폰에 목을 매요. 서로 질 수 없다 난리법석이에요.
예전같았으면 데이터 통신 요금이 50만원은 넘었을 만한 용량이 정액제라며 몇 만원 되지도 않아요. 음성통화와 문자까지 넣어줘요. 기계값도 저렴해요. 산 지 1년 넘은 내 휴대폰의 남은 할부금보다도 싼 가격이에요. 어처구니 없어요.
그래도 기분은 좋아요. 소비자가 왕된 기분이에요. 여기저기 경쟁하니 이제 고를 일만 남았어요. 서비스나 기능도 눈 깜짝할 사이에 업그레이드 돼요. 다음·NHN 등 온갖 회사들이 다 스마트폰을 위한 서비스를 내놓아요. 정말 없는 게 없어요. 없는 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또 만든대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만든다고 창업까지 한다니, 별별 서비스가 다 나오고 있어요. 이제는 셀 수 조차 없어요.
업무에 좋다고 직원들에게 모두 스마트폰을 지급하는 회사들도 나와요. 그걸 따라서 또 다른 회사들도 줄줄이 나눠줘요. 조금 버티다 보면 우리 회사도 나눠줄 지도 모르겠어요. 갑자기 내돈내고 안 산게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그 때 되면 대학 동창 모아서 자랑 좀 해야겠어요.
정말 스마트폰에 의한, 스마트폰을 위한 세상이 되려나 봐요.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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