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결성된 벤처펀드 규모가 1조4000억원대를 기록했다. 이는 벤처 열기가 한창이던 2000년 수준에 육박하는 것으로, 이 자금은 올해와 내년에 집중 집행돼 정부의 ‘제2 벤처 붐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25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결성된 벤처펀드는 총 74개 1조4163억원에 달했다. 전년도 1조918억원에 비해 무려 30%가 늘어난 것으로 2000년(1조4341억원)과 비슷한 수치다.
국내 벤처펀드 결성 추이를 보면 2000년을 정점으로 벤처 버블이 꺼지면서 2001년 7910억원, 2002년 6790억원, 2003년 6586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이후 정부 모태펀드가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2005년 8939억원을 시작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였으며 지난해 경기 침체와 함께 정부의 대대적인 자금 지원으로 그 규모가 크게 늘었다.
벤처펀드 결성이 활기를 띠었지만, 투자실적은 여전히 미진하다. 2000년 당시 신규투자는 2조211억원에 달했으나 지난해는 8671억원에 불과했다. 2008년에도 1조원 이상 벤처펀드가 결성됐지만 투자실적은 7247억원에 그쳤다. 이런 투자 추이를 감안하면, 상당분의 자금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상황이다. 수치만 봤을 때 지난 2년간 2조5000억원 이상의 펀드가 결성됐으나 1조5000억원 정도만이 집행된 셈이다. 벤처펀드는 대부분 7년(일부 5년)간 존속하며 대개 자금 회수(Exit)를 감안해 결성 후 3년내 상당분을 투자한다.
벤처산업 활성화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기는 것은 이들 펀드의 투자처가 설립 초기 기업보다는 후기 벤처기업에 많이 몰렸다는 점이다. 통계 파악 첫해인 2002년 벤처캐피털 투자가 초기기업(설립 3년 이하) 비중이 63.5%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후기(설립 8년 이상)는 8.5%에 불과했으나, 지난해는 초기가 28.6%로 줄었고 후기가 41.4%로 주류를 이뤘다. 벤처 활성화를 위해서는 창업 및 초기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다.
최수규 중기청 창업벤처국장은 “앞으로는 모태펀드 지원으로 결성한 벤처펀드에 대한 모니터링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이들 펀드 자금이 창업과 초기 벤처기업에 유입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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