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의 정의가 대한민국에서 다시 내려지고 있다. 2010년 대한민국의 통신은 보다 강력한 변종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키며, 음성통화 중심의 틀을 벗어 던지고 통신에 기반을 둔 서비스·지식 산업 혁명기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통신 중심의 산업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정체된 경제의 해결사 역할도 고민하고 있다.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작된 통신에 기반을 둔 서비스·지식 산업 발전을 주도하기 위해서다.
통신변이(通信變異) 혁명은 대한민국 산업체질을 바꿔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통신업계는 이미 일반 소비자(B2C) 중심의 음성통화 시장은 ‘유지’로 가닥을 잡고, 신성장동력을 기업·공공영업(B2B) 중심의 신산업에서 찾고 있다. SK텔레콤의 산업생산성증진(IPE) 사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LG텔레콤의 탈통신 프로젝트 역시 마찬가지다. KT도 이번 조직개편에서 신성장사업 발굴을 위한 ‘FIC(Fast Incubation Center)’ 조직 신설을 발표했다. 이는 정체기에 놓인 순수 통신시장의 새로운 대안이자 고육지책이기도 하다.
이제 세계 통신시장은 2010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는 통신변이의 ‘통신+α’에 주목하고 있다. 다시 한번 통신강국 코리아의 움직임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울 전망이다.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이미 실제로 기존 음성통화 위주의 사업구조를 여러 스펙트럼으로 분석해 다양화하고 있다.
전자신문은 새해를 ‘통신변이의 원년’으로 규정하고 서비스와 시장의 변화 움직임, 통신시장 플레이어별 대응 현황, 향후 전망 등을 시리즈로 분석해본다.
통신 환경이 변하고 있다. 아니 통신을 둘러싼 시장과 산업 환경이 변화하고 있다. 더 이상 통신시장은 망을 먼저 구축해 놓은 이들의 영토가 아니다. 조만간 그 영토를 누군가 빌려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가 열리고, 그 망을 활용해 블로오션에 도전하는 자들이 새로운 부를 창출하게 된다.
국내 통신업계는 2000년대 초반까지 신규사업자 시장진입, 기존사업자의 신규서비스 도입 및 가입자 유치 경쟁 등으로 우수한 성장세를 시현했다. 그러나 2002년 이후에는 유선통신을 중심으로 대부분의 서비스영역에서 보급률 포화현상이 나타나며 가입자 수 증가가 둔화세다. 이로 인해 통신업계 전반의 성장성도 과거에 비해 위축되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보급률이 포화단계에 접어들면서 초고속인터넷 성장세도 둔화되고 있어, 유선통신 전반의 성장정체 현상은 심화되는 추세다.
이동통신은 2002년 이후에도 유선통신에 비해서는 가입수요가 비교적 양호하게 형성되고, 무선인터넷 수요도 급증하면서 전반적인 서비스매출은 양호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무선 인터넷서비스의 가입수요가 포화상태에 이른 반면에 다양한 데이터 부가서비스 창출은 지연됨에 따라 가입자당 평균 매출액(ARPU)이 둔화되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그동안 성장의 중심 축 역할을 수행했던 유무선 인터넷서비스의 보급률이 포화단계에 진입한 반면에 다양한 부가서비스 창출은 지연됨으로써 ARPU가 더 이상 증가하지 못한 데 기인한다.
통신업계 CEO들은 ‘조만간 음성통화는 무료로 제공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데 입을 모은다. 이제 더 이상 통신은 음성통화, 우리가 지난 수십년간 익숙했던 ‘전화’에 머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전화는 데이터 통신으로, 기업 인프라 환경을 효율화하는 핵심 네트워크 수단으로 진화했다.
이 같은 움직임을 가장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이 ‘u시티’다. u시티는 전통적인 사회 기반시설을 통신(IT)으로 연결해 운영을 효율화하고 부가가치를 창출해 내는 새로운 시장 영역이다. 공간시설과 통신이 만나 새로운 변이를 일으키는 현장인 셈이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 시장의 중요성을 먼저 깨달은 선각자들이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시장 선점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시장은 통신망이라는 신경선을 쥐고 있는 통신사들만의 몫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 세계 주요 IT서비스(SI)업체들도 이미 출사표를 던저 놓고 있고, 과거 통신업체에 관련 장비를 공급해 온 통신장비업체들까지도 도전장을 내놨다. 시스코가 대표적으로, 이 회사는 한국 송도에서 u시티 테스트베드를 운영해 이 모델을 전 세계에 이식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이미 통신변이는 시작됐으며, 통신업계는 더 이상 주저할 시간이 없음을 의미한다.
우리 정부가 사물통신에 주목하고 진흥을 서두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통신은 공간산업뿐 아니라, 유통·물류·제조 등 이종 산업과의 결합을 통한 프로세스 혁신을 통해 새로운 형태로 발전해 나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사물통신은 사람 간 통신을 넘어 사물과 사물이 통신하는 새 개념으로, 산발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u-IT 서비스의 큰 틀이 되면서 각종 서비스의 표준체계 구현을 통해 더욱 안전한 사회 구현의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올해 들어 각 이통 사업자들이 눈여겨보고 있는 ‘데이터 통신’ 시장 또한 고유영역은 사라지고 있다. SK텔레콤은 기존 음성통화 시장의 1위 사업자로서 영위하고 있던 기득권을 상당 부분 포기하면서까지, 데이터 통신에 목을 매고 있다. SK텔레콤 무선랜 존에서는 무선랜이 장착된 휴대폰을 소지한 모든 이용자들이 무료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 하성민 SK텔레콤 MNO CIC 사장은 “우리가 정말 이래도 되나 싶다”고 말할 정도다. 그만큼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많았다는 얘기다. 더 이상 자신만의 플랫폼을 고집해서는 앞으로 열릴 더 큰 무선인터넷 시장에서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계산이 통신업계에서는 이미 상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누가 이 시장을 선점하는지는 이제 누가 기존 시장의 더 빨리, 더 많이 내놓을 수 있는지에 달렸다.
통신 3사는 또 기존에 눈여겨보지 않던 B2B 영업을 통해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주력하고 있다. 산업생산성증대(IPE)사업단도 조직해 강력히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동통신 1위업체인 SK텔레콤은 지금까지 컨설팅과 기술영업은 관심 밖이었다.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한 개인고객 마케팅 전략만으로도 손쉽게 매출을 올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뒤집어 보면 과거 IT서비스업체들의 영역에 통신업체들이 도전장을 내고 있는 것이다. 탈통신은 선언한 통합 LG텔레콤도, 누구보다 먼저 기업시장 공략에 나선 KT도 모두 더 이상 B2C시장에 묶인 ‘치킨게임’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비장함을 품고 있다.
▲대한민국 이통통신산업 스토리
1984년 3월, 한국통신의 자회사인 한국이동통신서비스주식회사가 설립됐다. 그해, 5월부터 AMPS(Advanced Mobile Phone Service) 셀룰러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주로 차량전화 서비스를 개시해 실질적인 이동전화의 대중화가 시작됐다. 그후 1988년 7월부터 서울올림픽 영향 때문에 이동전화의 보급 및 가입자가 급격히 증가해 차량전화에서 실질적인 이동전화인 핸디폰(handy phone)의 개념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1996년 1월에는 미국 퀄컴사에서 1993년에 개발된 CDMA 방식을 도입해 인천과 부천 지역에서 그리고 그해 4월에 서울 전 지역에 디지털 이동전화 서비스가 개시됐고, 1997년 10월 1일부터 한국통신프리텔, 한솔 PCS, LG텔레콤 3개사가 동시에 016, 018, 019 번호로 PCS 상용서비스를 실시했다.
1998년 6월 휴대폰 이용자는 1000만명을 돌파했으며 이후 1년여 만인 1999년 8월 2000만을 돌파했다.
1999년 11월에는 모바일뱅킹 서비스가 최초로 소개됐으며, 2000년 7월에는 카메라폰이, 11월에는 컬러 동영상 휴대폰이 등장하는 등 휴대폰이 단순한 음성전달 수단이 아닌 다양한 생활편의와 수단을 제공하는 생활 필수품으로 자리잡았다.
이후 이동통신 시장은 1999년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합병, 2000년 한국통신프리텔의 한솔PCS 합병을 거쳤다.
2002년에는 세계 최초의 동기식 IMT-2000인 CDMA 2000 1x EV-DO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이동통신 멀티미디어 시대가 열렸다.
2002년 3월에는 휴대폰 이용자가 3000만명을 돌파했으며 2005년에는 위성DMB 서비스가, 2006년에는 지상파 DMB 서비스가 개시됐다.
또 2006년에는 HSDPA 상용화가 이루어져 영상통화는 물론이고 이동 중에도 고속으로 데이터 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됐으며 KT가 휴대인터넷 와이브로 상용서비스 제공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모바일 초고속인터넷 시대를 열었다.
2007년에는 KTF가 ‘쇼’라는 브랜드를 앞세우며 3세대 이동통신에 주력하면서 3G 이동통신 시장의 선두 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동기식 3세대 이동통신 사업권을 반납한 LG텔레콤은 EV-DO 리비전A라는 서비스망을 구축했다.
2009년 말 현재 이동전화가입자는 48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여 국민 1인당 1대꼴로 휴대폰을 이용하고 있으며, KT-KTF 합병, 통합 LG텔레콤 출범 등으로 본격적으로 스마트폰과 FMC의 열풍이 시작됨에 따라 2010년부터는 본격적으로 무선인터넷 시대가 열리고 있다. 또 B2B 시장을 겨냥한 ‘통신+α’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통신이 산업으로 녹아들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내는 원년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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