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이음IT인턴십 좌담회] 준비된 인재 바로 찾고 `中企도 일할 만하다` 인식 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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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실업률이 7%가 넘어섰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구인난을 겪고 있다. IT 노동시장만 봐도 시장에 나오는 인력은 넘쳐나지만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찾아보기 힘들다는 불만이 들린다. 전형적인 인력과 직장의 ‘미스매치’다. 한이음IT인턴십은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기업 주도로 일대일 맞춤형 교육을 통해 인턴 업무 수행에 필요한 지식을 사전에 습득하고 방학기간 동안 기업에서 인턴십 업무를 수행하면서 현장 적합도가 높은 실무인력을 양성함으로써 많은 예비 사회인이 취업의 기쁨을 누렸다. 전자신문은 22일 한이음IT인턴십의 성과를 되짚어보고 보완할 점을 논의하기 위해 기업과 대학, 정책 담당자가 참여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참석자=양병내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과장

 김기철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무

 이성화 KCC정보통신 상무

 이중만 호서대학교 교수

 사회=권상희 전자신문 경제과학팀장

 ◇사회=지난 4월부터 진행된 한이음IT인턴십이 현 정부가 추구하는 일자리 창출에 많은 역할을 했다고 본다. 한이음IT인턴십의 성과를 정리해 보자.

 ◇김기철 한국정보산업연합회 상무=사실 한국 인턴제도의 시작은 채용 전 경험의 기회를 주자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있었다. 정부가 유무형으로 대학들을 압박해 대학들이 인턴을 의무적으로 생각하면서 교수의 지인들에게 전화해 뽑아주라 부탁하곤 했다.

 기업 입장에선 어떤 인력이 올지도 모르는 채 수용하게 되고, 학생 입장에선 전공과 무관한 기업에서 일을 하고, 학생은 학생대로 생산적인 일을 하지 못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신뢰를 잃고, 기업은 기업대로 에너지를 낭비했다.

 한이음IT인턴십을 통해 학생들이 멘토가 누군지 정확히 알고 뭘 배울지 정확이 인식하는 매칭시스템을 만들었다. 기업 입장에서도 필요한 인력을 뽑아 교육시키고 채용할 수 있다. 잘못된 인턴제도의 획기적 개선을 이뤄냈다고 자부한다.

 ◇이성화 KCC정보통신 상무=학생들에게 들어보니 처음에는 인턴을 대기업에 취업하기 위한 하나의 스펙으로 생각하고 참여했다고 한다. 하지만 회사의 목적은 채용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인턴기간 두 달 동안 실제 프로젝트 업무와 같은 환경을 제공하며 훈련을 시켰다. 그러다보니 학생들이 중소기업도 자신의 역량을 펼칠 만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고 한다.

 ◇사회=한이음IT인턴십 제도로 학교와 기업이 많은 성과를 얻었나. 각각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이성화 상무=기업 입장에선 면접이나 적성평가 등의 과정만으로는 제대로 인재를 평가하기 어려운데 두 달 동안 함께 생활하며 지원자의 장단점을 제대로 볼 수 있게 됐다. 공채로 뽑으면 6개월 이상의 재교육 기간이 필요했는데 인턴십을 거친 인력은 바로 업무에 투입시킬 수 있을 정도로 우수했다.

 인턴십이 끈끈한 인간적 유대관계도 만든다. 예비 사원들이 실제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애사심과 기업과의 동질의식을 키우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이직률을 낮춰 기업의 재교육 비용을 줄이는 역할도 할 것으로 본다.

 ◇이중만 호서대학교 교수=학생들에게 이제껏 인턴은 허드렛일이나 한다는 편견이 있었다. 한이음인턴십의 사전교육 멘토링 및 취업과 연계된 체계적 사업을 겪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중소기업의 인식 전환도 이뤄졌다. 멘토 선배에게 자세히 지도받는 과정에서 실력도 늘고 학교에서 배운 부분이 많이 활용되는 것에서 보람도 느낀다고 한다. 조사 결과에도 나왔듯 사회 및 조직에 대한 적응력도 인턴십을 통해 높였다.

 ◇양병내 지식경제부 정보통신산업과장=중국의 옛말에 천하를 다투려는 자는 사람을 먼저 다투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사람이 중요하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나라의 대학과 기업·정부는 인재 양성 측면에서 손발이 잘 맞지 않았다.

 대학은 학생들 졸업시키기에 바쁘고 기업 특히 중소기업은 인재 양성에 힘 쓸 여력이 부족하다. 정부 차원에서도 공급자 중심적 정책을 펴온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대학 졸업생들이 기업에 취직할 때 뭔가 원활히 어디로 가는지 점검하고 하는 그런 프로세스가 약했다.

 한이음인턴십은 이런 문제를 극복하는 모델을 보여줬다. 참여기업의 92.5%가 상당히 만족했다고 조사됐다. 또 인력 재교육 기간을 절반 수준으로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

 ◇사회=한이음인턴십 프로그램의 내실을 더욱 높이기 위해 기업에서 대학에 바라는 인재상도 들어보면 좋겠다.

 ◇이성화 상무=소프트웨어 개발 인력이 아직도 부족하다. 경력자는 연봉이 너무 높아 중소기업 입장에선 신입사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신입들의 기본 역량이 많이 부족하다. 일부 우수한 학생들은 대기업이 다 채용한다. 기업 입장에선 대학 4학년 때는 대학원 진학하는 연구트랙과 취업하는 취업트랙을 좀 나눠서 취업트랙 학생들에게 기업과 연계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수요자 중심의 교육이 이뤄지면 좋겠다.

 또 학문간 융합을 대학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좋겠다. IT분야도 다른 산업 방면을 공부하는 것이 기업에겐 도움이 된다. 프로그램 개발 프로젝트에서 고객은 주로 금융 등 다른 산업체다. IT만 공부하면 고객의 기본 요구사항도 못 알아듣는다. 용어도 제대로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산업분야 교육을 통해 응용 능력을 키워야 한다.

 ◇이중만 교수=산학협력과 융합 학문은 학내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아이템이다. 맞춤형 학과라고 해서 반도체 등 세부 분야 전문과와 연계해 커리큘럼을 짜는 곳도 있다. 호서대는 내년부터 융합기술과 녹색기술 분야 특화를 위해 대학 편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사회=한이음인턴십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 향후 보완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겠나.

 ◇이성화 상무=일단 인턴십 기간을 좀 더 늘리면 좋겠다. 청년인턴제와 같이 6개월 정도 돼면 보다 실무형 인력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이다. 훈련을 시키고 채용을 하려하면 대기업 등으로 인력이 빠져나가는 경우도 있는데 중소기업에겐 작지 않은 타격이다. 개인의 직업 선택을 막을 순 없지만 인력을 훈련시켰다는 측면에서 인력 양성 인센티브 등을 통해 이 문제를 보완해주면 좋겠다. 중소기업 홍보를 위한 온라인 커뮤니티도 바람직하다. 단순히 중소기업의 홈페이지를 링크시키는 것만으로도 이미지 개선 효과가 클 것이다.

 ◇김기철 상무=참여기업에 대한 스크린도 필요하다. 제대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기업인지에 대한 사전검증에 신경을 써야 한다. 그냥 싼 인건비로 사람을 쓰려는 의도로 인턴십에 참가하는 기업은 확실하게 걸러내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마음놓고 자신에게 적합해 보이는 중소기업에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이중만 교수=가능하다면 채용장려금 지원을 더 늘리면 좋겠다. 지방 학생이 수도권 업체에서 인턴 생활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 대학 기숙사를 이용하는 등 여러 방안이 있다. 정부가 나서서 체계적으로 지원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지방 학생들이 돈에 구애받지 않고 서울에서 인턴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온라인 기능을 활성화해 온라인교육 프로그램이나 멘토 어드바이스 등의 정보를 활성화하고 학생들 간의 커뮤니티를 강화하면 보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시스코의 경우 온라인을 통한 직무강좌나 기술 어드바이스가 매우 활발한데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한다. 핀란드 같은 경우에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산학협력 전담부서가 있더라. 사실 산학협력은 산업체가 주체가 돼야 한다. 기업들이 앞장서서 대학과 손을 잡아주면 좋겠다.

 ◇사회=인턴십 인력의 이탈 문제가 지적됐는데 대책은 없나.

 ◇김기철 상무=대기업에서도 중소기업으로 쉽게 갈 수 있는 노동 유연성이 강화돼야 한다. 물론 학생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게 급선무다. 한편으로는 학생들에게 중소기업에 와서 열심히 하면 대기업에 갈 수 있다는 것도 중소기업에겐 또 다른 메리트일 수 있다.

 ◇양병내 과장=어느 나라나 중소기업 이직률은 높다. 중소기업에 제때 인력을 공급할 수 있는 체계를 정부가 만들어야겠다. 정부 지원 교육 프로그램 등을 통해 즉시 실무 투입이 가능한 인력을 양성하는 등의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본다.

 ◇사회=새해 IT인턴십사업은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양병내 과장=한이음인턴십이 대학과 기업의 의사소통을 이뤄냈다고 본다. 서로 필요한 직장과 인력을 매칭하는 작업을 통해 닫혀 있던 대학과 기업의 대화 통로를 열었다. 새해에는 한이음인턴십 제도를 보다 정교화하고 확대할 필요가 있다. 사전교육에 해당되는 멘토링 기능을 강화하고 인턴십에 대기업도 참여시켜 학생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 필요하다. 또 지역 전략산업과 연계해 지방으로 확대하겠다. 성과관리도 잘 해야 한다. 단기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추적 관리를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김기철 상무=대기업 참여는 학생들의 요구사항이기도 하다. 대기업 참여로 인해 발생하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안을 연구 중에 있다. 한이음인턴십의 방식이 IT산업 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기술 분야에 적용될 수 있다고 본다. 또 신규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 한 명 뽑으려고 2∼3명 인턴 채용해서 같이 일하다 보면 인재가 마음에 들어 새로운 자리를 만들어 모두 뽑는 경우도 봤다. 인턴십 제도의 정착은 장차 GDP 3만달러 시대로 가기 위한 사회시스템의 변화 중 하나라고 본다.

 ◇사회=인턴십은 결국 청년실업률을 줄이고 중소기업 구인난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방안들이 논의된 뜻 깊은 자리였다. 앞으로도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겠다.

 정리=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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