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값 급등에 PCB 업체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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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정세를 보이던 금값이 다시 급등세를 타면서 인쇄회로기판(PCB) 등 도금 공정을 활용하는 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값이 치솟으면서 도금용으로 금을 사용하는 PCB 업체에 비용 부담이 크게 가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PCB에는 납이 사라지면서 그 대용으로 금 수요가 증가했으나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PCB 공급가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올 초 g당 3만5000원 안팎에 거래되던 금값은 지난 3월 4만8000원 선을 고비로 하락세를 탔으나 지난 9월 이후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여기에 최근 두바이 사태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세까지 가세하면서 금값은 g당 4만4000원 선까지 접근했다. 연초 대비 대략 60%까지 가격이 오른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만 해도 PCB 판매가의 3∼4%에 불과했던 금 재료값은 이제 8∼10%의 비중을 차지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국내 업체의 제품 비중이 높아진 반도체용 메모리 모듈은 금이 차지하는 가격 비중이 제품의 20∼30%에 이른다.

 중소업체는 이러한 금값 상승분을 세트업체로부터 거의 반영받지 못해 울상을 지었다.

 PCB 업체 관계자는 “올해 들어 원유값과 환율은 안정을 찾아 그나마 다행이지만 한때 안정세를 보이던 금값이 다시 요동친다”며 “세트 업체와 가격 협상에서 이를 반영하지 못해 수익성이 나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반도체 메모리 모듈의 경우 지난해에 워낙 가격이 하락해 울며 겨자먹기로 납품을 했는데, 올해 사정이 나아졌지만 금값이 오르는 바람에 올해 역시 수익을 내기가 빠듯하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또 다른 업체의 관계자도 “1년에 두 차례가량 금 관련 가격협상을 해 안정적인 공급에는 문제가 없지만 지난해에 비해 워낙 많이 오른 재료값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못해 어려움이 크다”고 밝혔다.

 이처럼 PCB 업체가 원제품 가격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는 것은 국내에 이를 공급할 세트 업체가 제한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국내 제품의 대부분을 삼성·LG 두 업체에 의존하는 비중이 커지다보니 가격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계 전문가들은 새로운 수요처 발굴과 함께 금을 대체할 새로운 금속을 찾는 것이 궁극적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임병남 한국전자회로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우선 해외 업체 등을 상대로 새로운 수요처를 발굴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더 나아가 장기적인 방법으로 금을 대처할 니켈 같은 새 금속을 찾는 것도 방법”이라고 제시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