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소재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규소·텅스텐 등 지금까지 광물에서 직접 추출해 쓰던 것이 이제는 합성과 재합성, 또는 화합물 형태로 진화했다. 유한한 자원 앞에 유한한 기술로는 승부가 어려운 상황이다. 유한한 자원 문제를 무한한 기술로 뚫는 수밖에 없어졌다.
우선 기업들이 앞장섰다. 기업은 현 상황보다는 미래 가치에 민감하다. 희소금속의 미래가치를 먼저 내다본 것이다.
철만 잘 만드는 줄 알았던 포스코는 요즘 비철금속에 오히려 더 ‘쏠려’ 있다. 포스코는 세계적인 철강 분야 경쟁력을 바탕으로 희소금속을 포함한 원료·소재 산업을 미래 핵심 동력으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당장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탄소재료 분야에서 탄소원료인 코크스를 재가공해 후방 2차전지 재료, 전극봉 원료 사업 등을 밸류 체인화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생산 공정을 뒤집는 ‘역순의 도전’도 강화한다. 바로 재활용사업이다. 지금까지의 비즈니스 모델이 원료로부터 제련된 제품을 납품하는 것이었다면, 폐기된 제련품에서 다시 희소금속 및 필수 소재를 뽑아내는 ‘마이닝(광산) 사업’이다. 또 세계 바닷물에 2300억톤이나 담겨 있는 해양리튬을 개발해 2차전지용으로 급속도로 고갈돼 가는 육상자원을 대체한다는 전략도 세워놓았다. 나아가 심해저 망간단괴에 포함돼 있는 니켈·코발트·망간 등을 자원화하면 300조원 규모의 해양자원 경제영토가 우리나라에 돌아올 것으로 전망했다.
LS닛꼬동제련은 향후 10년간 총 5000억원을 투자해 희소금속 생산 및 공급 역량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자원 재활용 전문회사를 신설, 순환자원 재활용 사업을 강화하고, 동제련소 내에 희소금속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인프라를 확충해 총 22종의 금속회수 기술을 보유한 소재전문 기업으로 발전해나간다는 청사진이다.
생산기술연구원은 지금까지 국내 순환율이 제로(0%)인 희토자석의 순환소재화 기술을 확보해 폐부속품에서 고순도 네오디뮴과 마그네슘-네오디뮴 합금 재료를 추철해냈다. 그린카와 풍력발전기용으로 오는 2020년 7500억원 규모의 수요가 예상되는 네오디뮴과 1조200억원 규모의 자석 수요에 획기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생기원은 나아가, 새로운 제련-정련 기술을 통한 희소금속 소재의 발굴, 가공-처리기술 고도화, 고순도 재활용 기술 등을 자체 확보해 국내 희소금속 산업 생태계의 기술적 기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나경환 생산기술연구원장은 “기업의 희소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선제적인 투자뿐 아니라 사업 확대와 맞물려, 정부의 투철한 국가전략 및 미래비전, 연구계의 핵심 원천기술 확보라는 삼박자가 고르게 맞아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호·이경민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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