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억달러 무역흑자…위기속에 빛난 `수출의 힘`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2009년 1~9월 주요국 수출실적

 ‘글로벌 위기는 한국 수출에 기회였다.’

 2009년 글로벌 경기침체는 우리나라에는 분명 ‘약’이 됐다. 그 어느 나라도 예상치 못한 해외시장에서의 선전으로 우리나라는 당당히 글로벌 수출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1∼9월 기준 우리나라의 수출은 2601억달러로 당당히 9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위에서 1년만에 영국(2586억달러, 이하 9월말 현재) 캐나다(2335억달러) 러시아(2082억달러)를 모두 제쳤다. 현재까지의 추이를 볼 때 연말까지 9위권 유지가 무난할 것이라는 것이라는 전망이다. 1981년 세계 20위권에 들어선지 28년만의 쾌거다.

 수출 선전으로 올해 사상 최대의 무역흑자 달성이 확실시된다. 10월까지 흑자규모는 338억달러. 11∼12월 두달간 60억∼70억달러 추가 흑자를 시연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 경우 1998년 기록했던 390억달러를 넘어서게 되며, 처음으로 400억달러대 무역흑자도 점쳐진다.

 수출호조 비결로는 세계 불황을 이겨낸 한국 수출의 저력을 든다. 올해 전세계 수출 환경은 매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심각한 경기침체를 우려했다. 그러나 우리 수출역군들은 이를 보란듯이 극복해냈다.

 올 들어 8월까지 세계 교역물량은 전년 동기대비 17.5% 대폭 감소했다. IMF가 전망한 대로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글로벌 무역환경이었다. 그런 악조건 속에서 우리 수출기업들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신시장을 개척했고 기존 시장에서도 외국 경쟁사들이 예상치 못한 새로운 첨단 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열었다. 마케팅에도 소홀하지 않았다. 남들이 비용절감에만 매진하는 동안 우리 기업들은 닫힌 지갑을 열기 위해 신제품과 이를 알리는 공격적 마케팅으로 서서히 얼었던 전세계 소비자들의 마음을 녹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의 수출물량은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며 6월부터는 전년수준을 상회했다. 우리나라가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위기를 탈출하는데 수출이 큰 원동력이 된 것이다.

 올해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율은 세계 수출 상위 10대 국가들에 비해 그 폭이 현저히 낮다. 1월까지만 해도 수출감소율은 -34.5%로 중국(-17.7%) 미국(-20.6%) 독일(-28.8%) 등에 비해 컸고 일본(-35.2%) 영국(-32.5%) 등과 비슷했다. 그러나 매달 감소율은 줄였으며 9월에는 -6.6%까지 크게 낮췄다.

 28년 만에 올라선 세계 9대 수출강국.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다시 10위권 밖으로 나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인 글로벌인사이트는 우리나라의 수출증가율이 내년부터 2012년까지 3년간 13.3∼17.1%를 내다봤다. 이는 우리와 순위경쟁을 펼치고 있는 영국(11.7∼15.0%) 캐나다(8.7∼13.6%) 러시아(9.0∼13.9%)에 비해 높다. 오히려 우리보다 앞서 있는 이탈리아(4.5∼5.0%) 벨기에(5.6∼9.6%) 등과 치열한 순위싸움을 펼칠 것이란 예상이다.

 내년 우리나라 수출 여건도 쉽지는 않다. 경제 회복과정에서의 보호무역주의, 글로벌 달러화 약세, 출구전략과 금리인상 등은 분명 우리 수출기업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여기에 신흥개도국들이 빠른 경제회복으로 우리나라를 적극 견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내년 기회 요인은 있다. 본격적인 녹색 수출산업시대가 도래하고 이 시장에서 우리가 충분한 잠재력이 있기 때문이다. 녹색산업 분야의 원천기술 개발 확대 및 수출 가능 품목의 발굴 그리고 정부 정책지원은 우리나라가 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에 충분하다.

 무역협회는 내년 수출실적을 올해 예상치보다 13.3% 증가한 4100억달러, 수입은 올해(3220억달러)보다 19.6% 늘어난 3850억달러를 내다봤다. 무역수지는 올해보다 150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올해 우리나라가 보여준 저력을 발휘한다면 내년에도 기대이상의 성과가 기대된다.

 사공일 무역협회장은 “올해 세계무역량이 줄어드는 여건 속에서 우리 무역업계가 세계무대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은 불굴의 시장개척 그리고 적극적인 상품개발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수출 전망에 대해서는 “G20 정상회의를 통한 국제공조에 힘입어 내년에는 세계 경제 회복세가 굳어지고 우리 수출도 두 자릿수의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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