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반도체 회사인 인텔과 라이벌 업체인 AMD가 반독점 소송 일괄 취하에 합의한 가운데 견원지간으로 불리던 이들 양사가 앞으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
미국 실리콘밸리 IT 시장 전문가들은 인텔과 AMD의 공식 입장과는 달리 두 회사가 과거 20여년 동안 대립 관계를 지속해 왔고 법적 소송을 불사해 온 점 등에 비춰 이들의 관계가 쉽게 풀릴 수 있을지에 대해 다소 신중하고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19일 미 새너제이 머큐리뉴스 등에 따르면 두 회사는 AMD가 반독점 소송을 취하하고 인텔이 합의금을 지불하기로 합의한 뒤 양사의 관계가 원만하게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AMD 톰 맥코이 부사장은 “양사간에 평화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 모두가 회의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게 당연한 일일 수 있지만 어느 순간에는 모두가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며 “시간이 말해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인텔과 AMD는 성명 등을 통해 과거의 묵은 원한을 털어내고 건설적인 방식으로 관계를 전환해 나갈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이들이 급속하게 ‘가까운 친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믿는 시장 전문가들은 거의 없어 보인다. 인텔과 AMD간에 이뤄진 극적인 화해 제스처가 서로 ‘진정한 평화’를 원해서라기 보다는 천문학적인 소송 비용 등이 양사 모두에 큰 부담을 안기고 있는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 때문이다.
양사간의 법적 분쟁은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조 과정에서의 특허 문제로 인해 소송이 제기됐던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MD가 당시 승소했지만 양사간의 법적 갈등은 시작에 불과했다.
현재 미국과 유럽, 아시아 지역 등에 걸쳐 반독점 규정 위반 등을 둘러싼 양사간의 법적 분쟁은 계속되고 있다. 인텔은 유럽과 한국 등지의 규제 당국으로부터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았고 최종 심사가 지속되고 있다.
인텔과 AMD간의 합의가 유럽 등 당국의 반독점 조사 과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명확한 전망이 나오지는 못하는 가운데 인텔은 반독점 조사를 담당한 규제 당국과 접촉, 관련 조사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IT 분석가인 더그 프리먼은 “최근 인텔과 AMD가 비방 광고를 자제하는 등 화해 국면이 조성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그러나 두 회사가 앞으로 얼마나 잘 지낼 수 있을지 예측하기는 어렵고 양사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매우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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