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일본 반도체 시장 회복 더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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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세계 반도체 시장이 점진적으로 회복국면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일본 반도체 시장은 여러 여건을 고려할 때 다른 나라에 비해 회복이 더딜 것으로 보인다.

세계 반도체 제조업체 65개사가 가입된 세계반도체무역통계기구(WSTS)는 18일 2009∼2011년 반도체 시장 예측 통계를 발표했다.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실적 대비 11.5% 감소한 2201억달러(약 253조6430억원)로 전망했다. 세계 각국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성장률은 지난 5월 예측치에 비해 10.1%포인트 높아졌다.

WSTS는 2010년 시장 예측에서도 5월 내놨던 전년 대비 7.3% 증가율을 상향 조정해 12.2%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당초 불황에 의한 반도체 수요 침체가 길어길 것이라던 전망을 세계 각국의 경기부양책 및 그 효과를 고려해 손질했다.

산케이신문은 실제로 일본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실적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대표 메모리 제조업체인 엘피다메모리가 지난 3분기를 기해 약 2년만에 흑자 전환했고, 후지쯔의 반도체 사업 부문도 9월 한달 영업흑자를 기록하는 여기저기서 청신호가 포착됐기 때문이다.

비메모리 업체 르네사스테크놀로지 역시 평판TV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에히메현 사이조공장의 경우 지난 9월까지 풀가동 상태를 유지 중이다. 르네사스테크놀로지 전 공장의 평균 가동률도 1분기 30%대 수준에 머물던 것이 3분기엔 70% 수준까지 높아졌다.

이 처럼 일본 업계가 상승 무드를 탄 건 에너지 절약형 가전제품과 자동차 구입을 촉진하기 위해 정부가 실시한 에코포인트 제도와 에코카 감세 조치 등이 후방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반도체 업계는 다른 나라의 반도체 산업에 비해 회복이 더딜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우선 WSTS가 제시한 내년 일본 반도체산업 성장률이 세계 시장 예상 성장률 12.2%보다 낮은 9.8%라는 점에 주목한다. 이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 4개 지역의 예상 성장률보다도 훨씬 낮다.

2년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는 엔고 현상으로 인해 반도체 주 고객처인 일본 가전업체가 공장을 중국 등으로 이전하면서 일본 내 반도체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후지쯔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실효를 거두면서 반도체 산업에도 파급 효과가 나타나고 있지만 경기 부양책의 시효가 올해말로 끝나면 내년부터 일본 내 반도체 업계는 다시 더블딥의 위기를 겪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계했다. 다른 일본 업체들도 “3분기 흑자전환했다고 해서 아직 장래를 낙관하기엔 이르다”며 “크리스마스 이후의 소비 동향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