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일본 샤프의 LCD 패널 특허 공방이 제2 라운드에 돌입했다. 10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샤프의 특허를 인정, 이 기술을 사용한 삼성전자 LCD 패널의 TV·모니터에 대해 미국 내 수입 금지 판결을 내렸다. 지난 6월 삼성전자는 샤프를 상대로 ITC에 제소한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 따라서 ITC에서 한번씩 주고받은 양사의 공방은 미국 텍사스법원에 계류 중인 특허(손해배상) 소송에 적지않은 영향을 줄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수입금지 조치 여파나 특허 소송 경과에 따라 상호 특허 공유(크로스 라이선스)라는 절충점을 찾을 가능성도 크다. 양사 간 힘겨루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ITC 판결 개요=미국 ITC는 사프가 4건의 자사 LCD 특허 기술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삼성전자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샤프의 손을 들어줬다. 내년 1월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재가가 떨어지면 삼성전자는 문제가 된 제품의 미국 수출이 금지된다.
샤프가 특허권을 인정받은 기술은 ‘VA(Vertical Alignment) 방식 LCD 패널의 전극 모양과 구동 파형’에 관한 것이다. LCD 패널의 시야각과 화질을 결정하는 핵심 기술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LCD사업부는 샤프의 특허를 피할 패널 기술을 이미 상당 부분 양산 적용 중이어서 미국 내 LCD 수출에 차질이 없다는 의견이다. 삼성전자는 또 오래전부터 자사 LCD 패널 외에 대만산 패널도 상당량 사용해 실제 대미 수출 규제를 받는 제품은 더 적다는 시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샤프의 특허를 피해가는 신기술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미국 고객에게 차질 없이 판매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샤프, 기선 잡았나=ITC의 판결을 보면 겉으로는 삼성전자에 다소 불리해 보인다. ITC에서 인정받은 특허 기술 건수가 수적으로 열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4건 가운데 1건, 샤프는 4건 모두 인정받았다. 물론 개별 특허 기술의 중요도를 따지기 어려운 탓에 향후 세 싸움에서 어떤 파장을 미칠지는 예단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번 ITC 판결은 미국 텍사스법원에 오른 특허 침해 소송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신두 서울대 교수는 “ITC 소송은 미국 내 수입 금지 사안만 강제하지만, 특허 침해 소송에도 일부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문제가 된 특허를 기반으로 얼마나 많은 제품을 생산했으며, 이익을 얼마나 냈는지에 따라 손해 배상 규모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부터 본게임=양사는 미국 내 수입 금지 여부나 강도, 진행 중인 특허 침해 소송 경과 등을 놓고 본격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번 ITC 판결 이전부터 양측은 협상을 계속해 왔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샤프와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 업계는 지난 협상 과정에서 양사의 의견차가 워낙 컸던 탓에 절충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관측했다.
지금까지 선례를 보면 크로스 라이선스로 결국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ITC 판결은 특허 소송의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며 “결국 양사 모두 전면전보다 이해득실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절충안을 도출해 낼 것”으로 전망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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