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지 한권만 사면 스타가 내 눈앞에서 날씨에 맞춰 옷을 갈아 입는다. 안방에 앉아 최고급 럭셔리 자동차의 성능도 테스트해볼 수 있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 같은 일이 현실로 다가왔다.
허스트미디어그룹의 남성 패션잡지 에스콰이어 12월호가 디지털 콘텐츠의 첨단 기술인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을 사용해 독자의 오감을 자극할 전망이라고 1일 월스트리트저널과 AP 등 외신이 전했다.
증강현실은 현실이미지를 컴퓨터 그래픽 및 다른 디지털 효과와 섞어 실세계에 3차원(3D) 가상물체를 겹쳐보여 주는 첨단 디지털 콘텐츠 기술이다. 미국 방송사들은 이 기술을 주로 미식축구 경기에서 터치다운 선을 만들기 위해 사용한다. 실제 경기장엔 노란색 선이 보이지 않지만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시청자들 눈에는 마치 경기장에 실선이 그어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식이다.
에스콰이어 12월호 커버 표지에서 할리우드 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함께 표지를 차지하고 있는 하얗고 검정 디자인의 네모 스티커가 증강현실을 가능하게 해준다. 스티커를 웹캠에 비추면 디지털 신호를 인지한 PC에서 증강현실 콘텐츠로 제작된 6개의 패션이슈와 2∼3개 광고 콘텐츠를 실행한다. 에스콰이어는 디지털 서비스회사인 바바리안그룹과 애니메이션 디자인회사인 사이옵(Psyop)과 협력해 잡지를 만들었다.
콘텐츠가 실행되는 동안 스크린 속 모델은 펑펑 내리는 함박눈 속에서 겨울 신상품을 입고 포즈를 잡는다. 또 계절이 바뀌면 모델은 그 계절에 맞는 옷으로 갈아입는다. 잡지 연재물인 ‘아름다운 여자가 하는 웃기는 이야기(Funny Joke from a Beautiful Woman)’도 신인 여배우 질리안 제이콥스가 회색 잠옷을 입고 나와 마치 옆에서 들려주는 것처럼 ‘잡지에서 튀어나와’ 독자에게 전한다.
데이비드 쿠르쿠르토 에스콰이어의 아트디렉터는 “‘증강현실’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기술에 매료됐다”며 “동굴에서 살던 원시인이 불을 처음에 발견했을 때 느꼈을 법한 기분을 느꼈다”고 말했다.
광고업계도 이같은 증강현실을 이용하는 데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도요타자동차의 렉서스는 이 잡지에 ‘렉서스 뉴 하이브리드’ 광고를 실었다. 운전자가 안전한 길로 갈 수 있도록 돕는 ‘전파탐지기술’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데이비드 놀드스톰 렉서스 담당 부사장은 “마케터는 소비자가 가장 흥미있어 하는 방향으로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며 “과거 증강현실 광고를 진행한 적이 있는데 매우 효과가 좋았다. 잡지 피처 안에 포함되면 더 반응이 뜨거울 것으로 판단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출판업계에서는 증강현실을 이용해 잡지 매출과 함께 광고 매출도 함께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마케터와 출판업자들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따로 떼어놓고 생각했던 디지털 피처기사들은 독자들과 광고업자들이 모두 관심을 갖도록 주의를 끈다”고 말했다.
이성현기자 argo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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